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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분석의역사
작성자  simonshin 작성일  2017.11.14 11:53 조회수 920 추천 0
제목
 발제문 (강성광 연구원): 기법상의 논쟁들 1부  
 

과목:  정신분석의 역사

주제: 기법상이 논쟁들 1

교수: 신현근 박사

내용: 발제문

발제자: 강성광 연구원

교재:

Mitchell, S. A. & Black, M. J. (1995). Freud and beyond: A history of modern psychoanalytic thought. New York: Basic Books.

스테판 밋첼 & 마가렛 블랙 지음, 이재훈 & 이해리 옮김 (2002). 현내정신분석학. 서울: 한국심리치료연구소

 기법상의 논쟁들 1

 

글로 쓰여 진 치료는 매우 논증적이고 지적이며 깔끔하고 냉철하게 보이지만, 실제로 일어나는 치료라는 것은 모든 심리치료자들이 날마다 느끼는 것처럼 개인적인 밀고 당김 위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그것은 이름도 없고 이론도 없으며 형태도 없는 수없이 많은 상호작용인 것이다

-로렌스 프리드만

 

우리들 각자는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감정에 한해서만 타인의 감정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앙드레 지드

 

우리는 이제 한 정신분석 수련생이 하비(Harvey)라는 환자와 작업하면서 부딪힌 임상적 문제들을 통해 현대 정신분석 기술에 있어서의 주요한 논쟁들을 소개할 것이다.

 

[하비와 분석가들]

하비: 재능은 뛰어났지만 별로 성공하지 못한 예술가였다. 그는 일에 몰두하기가 힘들고 제한된 대인관계와 원활하지 못한 성적 능력과 같은 다양한 문제로 치료를 받으러 왔다.

하비의 첫 번째 분석가: 자아심리학파에 속한 사람이었다. 그는 은퇴하기 전까지 5년 동안 하비를 분석. 하비는 자신을 보다 긍정적으로 여기게 되었고 증상도 상당히 호전되었다. 하비는 그 분석가를 매우 존경했고 그 분석가와의 작업에 헌신적으로 몰두했다. 그는 정신분석학에 매료되었고 많은 정신분석학 책들을 읽었다. 그는 정신분석학 개념들을 일종의 삶의 철학처럼 받아들였고 전문적인 용어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사용하였다. 분석가가 자신의 은퇴를 미리 알려 주었지만, 막상 치료가 종결되는 상황이 오자 그는 매우 심한 혼란에 빠졌고 그는 1년 동안 분석가를 잃은 것을 애통하며 보냈다. 그리고 다시 치료를 받기로 마음 먹었고 정신분석 수련기관이 운영하는 임상 센타에 찾아가서 한 수련생의 환자가 되었다.

하비의 두 번째 분석가: 하비를 담당한 수련생은 곧 하비를 이상적인 수련사례로 여겼다. 대부분의 다른 환자들은 전에 분석을 받아본 적이 없고 치료를 받는 것을 불편하게 여겼으며 치료에 저항했고 분석 자체에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하비는 정신분석에 깊이 몰두했고 잘 알고 있는 매우 능숙한 피분석자였고 어떤 면에서는 수련 중인 분석가보다도 더 많은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하비의 수련 분석가는 다른 환자들과 작업할 때면 종종 무엇을 해야 할지 몰라 난처해하곤 했으나 하비와 작업할 때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며 어떤 특정 시기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분명히 알 수 있었다. 분석가와 환자 모두가 이 두 번째의 분석이 이전에 중단되었던 분석을 고스란히 넘겨받았다고 느꼈다.

 

[분석과정]

첫 번째 분석을 통해 하비는 어느 정도 자신을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문제는 대부분이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어머니는 매우 영리하고 창조적이었으나 평생 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던 사람이었다. 하비의 바로 윗 형을 출산한 후 그녀는 우울증에 빠졌고 몇 년 동안이나 입원해 있어야 했다. 그 기간 동안 그녀는 거의 움직이지 않았고 벙어리처럼 지냈다. 그녀는 새로 아기를 갖기로 결심하고서는 활기를 되찾아 병원에서 벗어났다. 그녀는 그래서 하비를 낳았으며 그를 돌보는 것이 삶의 중심이 되었다. 하비의 아버지는 다른 아이들에게는 어느 정도 관심을 가졌으나 하비만은 아내의 손에 맡겨 두었다. 하비는 어머니가 심각한 정신적 문제가 있었던 것을 모르고 있었으나 어머니가 항상 무언가에 불편해하고 극도로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게 매우 좋은 아들이었으며, 그녀의 과잉보호와 극도로 예민한 돌봄을 받았다.

첫 번째 분석: 하비의 다양한 심리적 문제들이 지나치게 밀접하고 제한적인 어머니와의 관계와 아버지가 자신을 처벌하고 거절할 것이라는 오이디푸스적인 공포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았다. 그는 완전히 성장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성장하면 어머니(실제적인 인물이면서 내적 존재로서의)가 그에게서 버림받았다고 느끼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또한 반대로 어머니가 자신을 포기함으로써 더 이상 자신이 어머니의 구원자가 될 수 없을까봐 두려워했다.

하비와 분석가는 그가 분석가에게 아버지와 관계를 전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종종 아버지와의 관계에서 그랬던 것처럼 분석가에 의해 버림받고 무시되고 있다고 느꼈다. 그리고 때때로 아버지와는 달리, 분석가가 자신을 특별히 편애하는 환자로 여기고 있다고 상상하곤 했다. 아주 오랫동안 그들은 어린 시절 그의 외로움들과 아버지에 의해 무시되고 어머니에 의해 이용되었다는 기억과 감정, 그러한 경험들이 현재 생활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 탐색했다.

두 번째 분석: 그는 두 번째 분석가와의 관계에서도 그가 소망하고 이상화시킨 아버지 상을 경험했다. 때로 그는 분석가를 낯설고 냉혹한 사람으로 경험하기도 하고 또는 자신을 매우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 3년이 지나자 하비의 두 번째 분석은 기술적으로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었다. 그리고 현대 정신분석학 이론가들이 씨름하는 분석기법에 대한 문제들에 부딪히게 되었다.

하비는 분석가에게 이러한 분석적 관계 경험이 보기보다는 더욱 복잡하다는 암시를 주었다. 하비는 분석가가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해주지 않으면 실망해서 화를 냈다. 그리고는 날카롭게 빈정대는 농담을 하곤 했다(분석가가 애초에 그 수련기관의 수련생이 아니었을 것이라든가 분석가 흉내를 낸 협잡꾼인지도 모른다는 것 등등). 그러나 분석가는 자신에 대한 하비의 이러한 환상을 통해 그의 감정과 관심사를 다루려고 할 때마다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하비는 분석가가 그런 환상들을 진지하게 다루려고 하면 그때마다 분석가를 유머감각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하곤 했다.

분석가 역시 더 많은 환자들을 분석해가면서 경험이 쌓임에 따라, 자신이 하비와 함께 작업하면서 얻었던 자신감과 유능감이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하였다. 내적 성찰을 통해서 그는 그것이 하비가 면담 중에서 작용하는 방식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른 환자들과는 달리,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하비는 분석가가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던 것이다. 하비는 분석가의 해석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그것을 생산적으로 다듬었다. 하비는 늘 꿈이 많았는데 혼란스럽고 모호한 다른 환자들의 꿈과는 달리 하비의 꿈들은 언제나 해석이 가능했고 분석가는 그 꿈에 대해서 항상 유용한 해석을 해줄 수 있었다. 점점 그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관심을 갖게 됨에 따라 분석가는 하비가 그 자료들을 제시하는 방식에 일정한 순서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꿈 이야기흥미로운 연상들을 제공분석가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줌분석가는 통찰을 얻음분석가의 말을 수용세심하게 다듬어짐). 분석가는 왜 하비와 함께 할 때에 자신이 더욱 재능 있는 분석가인 것처럼 느껴지는지 알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 관계에 대한 이러한 관찰에도 불구하고 분석가는 다음에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하루는 하비가 최근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나서 그것에 대해 생생하게 연상을 하면서 좋은 기분에 잠겨 있었고 분석가는 이런 저런 일상적인 언급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무언가 어떤 극적인 것이 그의 기분을 바꾸어 놓은 것 같이 하비는 매우 긴박하고 불안해졌다. 분석가는 그 변화를 언급하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물었으나 하비는 무언가 일어났다는 것을 부인하였다. 하비는 계속 부인하다가 분석가가 끈질기게 묻자 결국 시인했고 무언가가 일어났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분석가는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아주 이상하고 기분 나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는 하비에게 왜 그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애쓰는지에 대해서 다시 물었으나 하비는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했다. 하비는 울면서 자기도 모른다고 했으나 결국 분석가는 다음과 같은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언젠가 한번, 하비가 전에 들어보지 못한 단어를 사용해서 분석가가 간략하게 그의 상태에 대해 설명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하비는 분석가가 실제로 존재하지도 않는 단어를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하고(분석가가 정신분열증적 신어조작 증세를 갖고 있다는 의심 때문에) 두려워했다. 하비가 이런 생각을 품은 것은 그가 최근에 분석가가 자신에 대해 불쾌해하는 것 같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비는 분석가가 미쳤다고 생각했고 분석가가 자신이 그 사실을 알아챘다는 것을 알게 되면 분명히 겁에 질릴 것이라고 믿었다. 하비는 분석가가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은 하비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그는 전처럼 분석가를 도울 수 없었다. 하비는 분석가에게 그 사실을 말하면 더 이상 치료받을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비가 분석가에게 자신의 두려움을 이야기하고 그의 불안을 자세히 설명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몇 주가 걸렸다. 하비가 분석가를 협잡꾼이라고 신랄하게 풍자한 것은 그는 분석가가 협잡꾼은 아니지만 심각한 정신적 장애를 겪고 있으며 아마도 입원한 적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 무의식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더 나아가 하비는 분석가가 이러한 직종에 종사하는 것을 통해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수년 간 분석가에게서 불안과 우울의 조짐들을 예민하게 보아왔고 그 관찰의 결과 분석가가 아직도 심각한 장애를 가지고 있으며 그 때문에 타인들을 도우려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하비는 자신이 분석가가 가장 좋아하는 환자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그가 스스로를 유능하고 건강한 정신분석가로 느낄 수 있게끔 도왔다는 것이다. 오직 그만이 분석가의 비밀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석가의 문제를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분석가에게 숨기는 것을 통해서 하비는 자신의 분석가에 대한 지지와 사랑을 입증 하려고 했다. 하비는 분석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의 장애를 감추고 스스로를 유능한 전문가로 느끼는데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그런 분석가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것을 분석가가 알게 되었던 것이다. 그는 그 사실 때문에 분석가가 위축 될 것을 두려워했고 그래서 결국 자신을 포기하게 될까봐 두려워했다.

하비가 분석가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을 분석가와 이야기하게 되었을 때, 그는 세련된 정신분석학 지식을 동원하여 자신의 생각이 실제 분석가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전이였다고 주장하였다. 그의 어머니는 미친 상태였고 일종의 사기꾼 어머니였으며, 스스로를 조직적이고 기능적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어머니의 역할을 수행했을 뿐이었다. 그는 어머니에 대한 헌신 때문에 또 버려질까봐 두려워서 그녀의 좋은 아들이 됨으로써 그녀의 정체성을 유지시켜 주고자 했다. 분석가를 향한 이 모든 생각과 감정은 그의 어머니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전이된 것임이 분명 했다.

 

과거 대 현재

 

분석과정에 대한 고전적 이론에 따르면 하비의 말은 본질적으로 옳다. 분석상황은 환자의 정신적 내용이 표출되는 하나의 매체로 인식될 수 있다. 하비의 어린 시절의 문제와 현재의 문제는 그의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현재)삶에 있어서 그의 갈등과 억압은 모두 (과거)어머니에 대한 애착과 환상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고전적 입장에서는 분석상황에서 나타나는 모든 내용이 환자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환자의 과거로부터 전치된 것이다.

고전적 입장에서, 환자는 분석과정에서 전이를 통해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간다. 분석가는 환자가 과거로 돌아가는 작업을 도울 때만 개입한다. 분석가 자신이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물론 정교하고 기술적인 고전적 기법에서 환자와 분석가는 과거에 대해서만 다루지 않는다. 만일 환자의 과거경험을 이성적으로만 되돌아본다면, 과거의 경험은 지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기억될 뿐이며 깊이 있게 느껴지거나 재경험되지 못할 것이다.

프로이트는 아동기의 가장 중심적인 문제들(과거)이 분석가와의 관계에서 위장된 형태(현재)로 드러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프로이트는 처음에는 전이를 하나의 장애요소로 보았지만, 나중에는 금지된 충동과 환상을 분석가에게 전치시킴으로써, 환자로 하여금 그 문제들을 추상화시키지 아니하고 생생하게 재체험하고 극복해나갈 수 있게 하는 수단으로 보게 되었다.

 

하비가 실제로 분석가가 미쳤다고 믿지 않았고, 문제는 그의 어머니의 광기였다고 주장했을 때, 그는 옳았으며 동시에 틀렸다. 그가 궁극적으로 어머니와의 경험(과거)을 분석가에게 전치(현재)시켰다는 점에서는 옳았다. 하비는 자신이 분석가에게서 발견한 사소한 문제점과 어색함(현재)을 그의 어린 시절의 경험(과거)과 연결시켰다. 아동기의 억압된 소망을 보여주는 꿈이 현실을 왜곡해서 나타내듯이, 환자는 분석가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현재) 그와의 경험에서 초기 양육자와의 경험(과거)을 떠올린다.

그러나 하비는 이러한 통찰들을 방어적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문제가 어머니와만 관련되어 있다는 하비의 주장을 분석가가 인정했다면, 하비의 불안은 (분석가의 불안도 따라서) 급격히 감소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고전적인 모델에서 분석가는 너무 빨리 실제적이고 역사적인 맥락으로 옮겨가서는 안된다. 전이의 내용들은 현재에서 경험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서 적절한 고전적 기법은, 때가 되면 하비의 과거의 경험들은 그것들이 실제로 일어났던 역사적 상황과 관계 안에서 재맥락화될(recontextualized) 것이라는 기대를 지닌 채, 하비로 하여금 분석가가 미쳤을지도 모른다는 자신의 불안한 환상에 지속적으로 초점을 맞추도록 격려하는 것이다.

 

최근 들어 분석과정과 전이를 분석가와 환자의 상호작용으로 접근하는 이론들이 부각되고 있다. 상호작용을 강조하는 모델은 분석상황을 단순히 과거가 (현재 안에) 재현되는 무대로만 보지 않는다. 이러한 모델에서 환자는 (과거로부터 배운 것을 사용하여) 현재에 개입한다.

사람들은 초기에 자신들이 반복해서 경험했던 것을 통해, 타인들과 관계 맺는 (나름대로 선호하는) 방식을 형성한다. 그들은 과거의 관계들에 기초한 기대들을 가지고 분석가에게 접근하고 분석가에게서 관찰한 것을 그들의 습관적인 상호작용 형태로 조직한다. 따라서 환자의 분석가에 대한 경험을 단순히 초기의 관계가 전치된 것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환자는 (이 모델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현재에 관여하는 존재인) 분석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관찰하고 (환자 자신의 과거와 계속되는 그의 경험조직에 근거하여) 분석가에 대한 그럴 듯한 견해를 구성한다.

 

현대의 상호작용적 접근에서 하비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린 시절, 그에게 가장 중요했던 관계는 어머니와의 관계였다. 그는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권위적인 사람들이 겉으로는 강하고 지배적이지만 사실은 매우 약하고 흔들리기 쉽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당신을 돌보아주지만 실은 자신들을 돌보기 위해 당신을 필요로 한다. 훗날 하비의 인생에서 중요한 관계는 이러한 맥락에 따라 재구성되었다.

그러므로 하비가 분석가의 취약 부분과 약점에 대해 늘 예민하게 경계했던 것은 이해할 만한 것이었다. 그는 자신이 의존하는 사람들의 연약함들에 민감하였고, 그들을 너그럽게 지지해주었으며, 그들이 자신들의 문제가 노출되지 않았다고 안심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상호작용 모델에 따르면, 하비가 분석가에게서 관찰한 불안과 우울이 사실과 무관하다고 취급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하비는 경험을 통해 분명히 불안과 우울과의 투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하비가 분석가를 미쳤다고 생각한 것이 그의 어머니에 대한 경험이 전치된 것이라고 추정하는 데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1. 그것은 분석가를 유일한 현실 판단자로 설정하고 있으며 현실을 파악하는 데는 단 한가지의 방식밖에 없다는 전제를 담고 있다.

2. 그것은 환자가 자신의 관점을 포기하고 더 우월하다고 여겨지는 분석가의 견해에 순응함으로써, 환자의 현실감을 붕괴 시킨다. 그것은 하비가 분석가나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특별한 감수성을 개발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제거해버리는 것이 된다.

3. 환자는 그것을 초기 관계의 경험이 반복되는 것으로 경험할 수 있다. 분석가가 자신을 미쳤다고 본 하비의 경험을 과거의 어머니와의 경험이 전치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혹은 하비의 그러한 호소에 동조하는 것은), 아이러니컬하게도 바로 어머니의 행동을 반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가의 주장은 하비에게 분석가나 하비 자신이 관찰하고 지각한 것을 무시하고 그의 관심사는 탐색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전달된다. 이러한 주장은 하비에게 분석가가 실제로 매우 연약해서 섬세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확인시켜줄 뿐이다.

 

현대 상호작용적 접근에서 볼 때 환자는 과거에 배운 전략들을 따라 현재에 살고 있는 존재이다. 따라서 좋은 임상기법은 하비의 분석가에 대한 관찰을 심도있게 탐색하고 그가 그러한 관찰을 통해 결론을 내리는 방식을 추적하는 것이다.

 

해석 대 관계

 

환자를 실제로 변화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분석과정의 여러 가지 요소 중에서 해석을 통한 통찰이 환자의 억압을 제거함으로써 치료가 이루어진다고 보았다. 환자의 문제는 억압 때문에 발생한 것이고 따라서 치료는 충동과 환상, 그리고 기억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킴으로써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분석가는 억압된 내용뿐만 아니라 그 내용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환자의 방어까지 해석한다.

이러한 고전적 입장에서 볼 때, 환자의 갈등을 일으키는 숨겨진 내용은 밝히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는 해석이 오히려 환자에게 환영받을 수도 있다. 잘못된 해석을 받아들임으로써 환자는 압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고 자신의 진짜 문제를 회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기적절한 해석은 환자에 의해 받아들여질 수 있다. 분석가는 표면적인 것에서 심층적인 것에로 서서히 작업해가면서, 환자가 특정 순간에 바로 자신의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을 해석해주어야 한다.

고전적인 관점에서 볼 때, 하비가 그의 어머니의 정신질환과 관련된 여러 감정들을 두 번째 분석가에게 전이시켰던 사실은 비록 이전의 분석에서 그가 자신의 초기 역동의 특성에 대해 지적으로 이해했을지라도, 그가 진정한 통찰은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억압된 가장 중요한 내용은 아직도 억압된 채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고전적인 모델에서의 치료기법은 분석가를 향한 전이감정을 탐색함으로써, 아직 밝혀지지 않은 어머니와의 초기관계의 특성-비밀스런 오이디푸스적인 승리감과 거세불안 등의-을 밝혀내고자 할 것이다.

 

스트레이치와 초자아

 

지난 수십 년 간, 분석에서 통찰을 가장 중요한 치료 수단으로 본 프로이트의 견해는 많은 도전을 받았다. 1930년대 초 제임스 스트레이치(James Strachey)의 주장도 이러한 첨예한 도전 중의 하나였다. 스트레이치는 프로이트가 (통찰을 이끌어내는 해석 원칙에 근거한) 임상기법을 발표한 것이 1910년대라고 지적하였다. , 프로이트는 1923년에 초자아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정신역동 이론을 심화시켰으나 심화된 이론에 맞게 치료기법을 수정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새로 도입된 초자아 개념이 기법 상에서는 어떤 차이를 만들어내는가? 프로이트는 억압을 억압된 내용과 방어 사이의 갈등으로 이해했다. 분석가는 해석시 갈등의 이 양 측면 모두를 환자에게 설명한다. (하비의 사례의 경우, 분석가는 그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당신의 아버지가 당신을 양육하는데 따른 모든 일을 어머니에게 맡겼기 때문에, 당신은 어머니에 대해 성적인 승리감을 느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은 그것이 위험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고 아직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가 그것을 의식하지 못하게 방어하고 있습니다.)

프로이트는 초자아 개념을 억압의 강력한 동맹자로 소개하였다. 프로이트는 자아가 충동이 위험하다고 생각해서 충동을 억압 하는 것이 아니라, 초자아가 충동이 그릇되고 나쁘다고 느끼기 때문에 충동을 억압한다고 생각했다.

분석가의 해석은 초자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스트레이치에 따르면, 분석가의 해석이 환자의 금지된 충동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킨다 해도, 분석가가 초자아의 문제를 다루지 않는다면,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초자아는 조만간 다시 금지된 충동을 억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치료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하비가 어머니를 성적으로 소유하고 싶어하는 충동을 간단히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도 그러한 감정을 객관적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그는 그것을 다시 억압할 것이다).

그러므로 스트레이치는 분석이 효과적이려면 프로이트가 초자아라고 부른 것에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한가?

스트레이치는 초자아가 어떻게 변화하는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환경에서 초자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떤 사람이 새로운 상황에 들어서면, 그는 과거의 경험에 따라 그 상황을 예측한다. 이러한 예측은 이미 그의 초자아 안에 내면화되어 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것을 발견하는 경향이 있으며, 새로운 경험은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예측을 따라 처리된다. 따라서 하비는 아버지에게 경험했던 도덕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자신이 만난 새로운 인물들 속에서 찾아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행동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서 자신이 기대하는 반응을 유도해낸다(사람들이 자신의 초자아가 투사된 인물들은 이제 다시 초자아 안으로 내사된다). 이런 식으로 초자아는 변화되지 않은 채 계속 강화되어 나간다.

 

스트레이치는 정신분석 기법이 무의식의 자료를 억압에서 해방시킬 뿐만 아니라, 과거의 경험에서 나온 환자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줌(, 투사와 내사의 악순환을 붕괴시킴)으로써 환자의 초자아를 변화시킨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이치는 분석 중에 분석가가 그러한 과정을 의식적으로 추구한다고 보지는 않았다. 그것은 분석가가 환자에게 전이를 해석해주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스트레이치는 분석과정에서 수행되는 전이의 해석이 환자를 변화시키는 지렛대가 되는 것은, 해석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해주는 이중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스트레이치는 단순히 억압된 충동과 환상을 해방시키는 것으로서는 환자가 치유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오로지 환자는 스스로를 대하는 새로운 태도를 발달시킬 때만이 진정으로 변화 될 수 있다. 스트레이치는 분석가가 환자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환자의 전이를 해석해주는 것 이외의 특별한 방법이 필요치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스트레이치 이후의 많은 이론가와 임상가는 그의 이러한 견해에 의문을 제시했다. 어떻게 해서 분석가는 과거의 환자의 내적 대상과는 다른 새로운 종류의 대상으로 내면화될 수 있는 것일까? 분석가와 환자의 관계 사이에 있는 어떤 요소가 그러한 내면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일까?

 

분석적 관계의 변형

 

이 문제에 대해 몇 가지 중요한 접근들이 발전되어왔다. 현대 정신분석학 이론의 많은 부분은 이러한 입장들 사이의 논쟁과 교류로 채워지고 있다.

영국 대상관계 이론가, 프로이트 학파의 자아심리학자, 자기심리학자는 오이디푸스 갈등을 해결하고 가치관과 규범과 기대들을 획득하는 초자아 형성기 동안에만 타인에 대한 내면화가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공통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환자는 정상적인 성장이 왜곡된 채 정지된 사람으로 간주된다. 그것은 그의 부모가 안아주는(holding) 환경과 반영(mirrorion)해주고 공감해주는 환경을 제공해주기 못했기 때문이며, 그가 분리 개별화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룩할 수 있도록 적절한 발달기회를 주지 못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런 맥락에서 분석가는 분석 상황에서 유년기에 환자에게 결핍되었던 부모의 기본적인 돌봄을 제공 하는 과제를 갖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견해는 정통적인 정신분석학에서 벗어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다. 몇몇 이론가들은 분석가가 환자의 과거를 밝혀내는 것 외에는 그 어떤 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해왔으나 오늘날 많은 발달론자들은 정상적인 분석과정이란 (스트레이치처럼) 분석가가 철저히 중립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현존하는 것을 통해서, 그리고 그의 특별한 분석적 기능을 통해서 환자에게 결핍되었던 부모반응을 제공해주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나 이와 다른 입장에선 이론가들은 분석가가 환자가 아동기에 잃어버렸던 진정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경청과 해석 이외에 다른 행동을 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 환자에게 상처를 입힌 부모와는 다른 돌봄을 제공하기 위해서 분석가는 어떤 방식으로든 환자에게 좀 더 유용한 존재가 되어주어야 하며, 각각의 환자마다 서로 다른 요구에 맞추어 반응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위니캇은 장애 정도가 심한 환자의 경우 분석가는 환자의 소망과 몸짓에 따라 알맞은 환경을 제공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코헛(6)은 분석가가 제대로 자기를 형성하지 못한 환자에게 거울과 같은 반응을 해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고전적 기법에 토대를 둔 분석가는 항상 (정당하게) 환자의 충동을 충족시키지 말고 그것을 통찰 하도록 도우라고 말한다. 반대로 발달적 관점에 기반을 둔 분석가는 항상 (정당하게) 환자에게 다시 심적 상처를 입히지 말라고 한다.

대인관계학파는 분석가와 환자의 관계에 대한 새롭고 창의적인 견해를 내놓았다. 그것은 분석가와 환자의 상호작용을 부모와 아동의 관계가 아니라 성인 대 성인의 관계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견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사람은 바로 에리히 프롬이다. 프롬은 현대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를 사람들이 자신과 타인 모두에 대해 부정직한 것에서 찾았다. 사람들은 사회 관습에 적응하기 위해 참다운 경험을 억누르고 있다. 그들은 항상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타인에게도 거짓말을 한다. 프롬은 환자가 정직한 반응을 얻기 위해 정신분석 치료를 받으러 온다고 보았다. 분석상황에서 환자는 분석가의 정직한 개입을 경험함으로써, 그리고 자신을 자유롭게 하는 방식으로 그를 내면화함으로써 치유된다.

 

이와 같은 분석상황에 대한 고전적인 입장과는 다른 새로운 대안들을 하비의 사례에 적용해서 살펴보자.

 

어떤 분석가(해석하는)는 먼저 하비가 분석가의 참다운 면모를 경험하지 않기 위해서 감정을 방어하고 있다고 해석할 것이다. 그 분석가는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바로 지금 당신은 당신의 독립과 발전을 포기하면서까지 미치거나 깨어지기 쉬운 나를 보호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이런 생각을 수용하는데 곤란을 겪고 있습니다.결국 하비가 그 불편한 감정을 지적인 방식이 아닌 온전한 감정으로 경험할 때, 전이를 발생시켰던 과거의 경험에 대한 해석학적인 전환이 일어난다. 당신과 나 사이에 일어났던 이 모든 감정은 당신이 어머니에게 느꼈던 강렬한 자극과 끔찍한 혼란에서 나온 것입니다. 과거에 당신은 어머니의 구원자이면서 동시에 무기력한 어머니의 희생 자였습니다. 그리고 무의식 차원에서 당신의 인생은 여전히 어머니와 이러한 동맹관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고전적 기법에 따르면, 분석가는 환자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에 대해 통찰을 얻게 하고 갈등을 일으키는 환자의 무의식적 소망을 억압으로부터 해방시키는 과제를 갖는다. 분석가는 자신과 환자 사이의 관계에서 전이를 활성화시킴으로써, 환자가 자신의 문제에 정서적으로 개입하도록 돕는다.

스트레이치가 수정한 전이 개념에 따르면, 분석가는 하비의 전이에서 통찰을 끌어내고 그것을 해석해줌으로써 하비가 자신을 내면화된 어머니로 오인(誤認)하고 있다는 사실을 하비에게 일깨워준다. 분석가는 암묵적으로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 어머니처럼 미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당신의 말을 이처럼 열린 마음으로 들을 수 없었지요. 그녀는 당신이 그녀 자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가를 편한 마음으로 생각해볼 수가 없었습니다. 그녀는 이처럼 판단하지 않는 열린 이해를 당신에게 제공할 수 없었습니다.

발달적 관점을 가진 이론가들은 분석가와 환자 사이에 치유적인 관계가 형성되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분석가가 하비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고 그의 어떤 행동이나 말에 보복하지 아니하고 끝까지 그를 받아줄 때, 비로소 하비는 그의 어머니가 자신의 병리 때문에 주지 못했던 긍정적인 부모의 돌봄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대인관계적 접근을 지지하는 분석가라면, 분석가의 해석적 입장을 초월하여 하비의 삶에 좀 더 적극적이고 직접적으로 개입할 것이다. 대인관계적 분석가가 하비의 반응을 적극적이고도 집요하게 추적해나가는 것은 이러한 목적 때문이다. 더 나아 가 분석가는 하비가 자신을 연약하게 여긴 것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개방적으로 드러낼 것이다.

 

프로이트는 정신병리가 사회와 갈등을 일으키는 아동기의 충동을 억압하는데서 발생한다고 보았다. 환자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석가에게 자신의 충동의 만족을 구하려 할 것이지만, 분석가는 환자의 충동을 충족시켜주어서는 안 된다고 프로이트는 생각했다. 그것은 분석가가 환자의 충동을 만족시켜주면, 환자는 자신의 충동을 의식하고 그것을 포기하기보다는 방출시키려 할 것 이기 때문이다. 미국 프로이트 학파는 환자를 충족시키지 않는다는 엄격한 기법상의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환자의 문제가 억압된 갈등이 아니라 발달의 정지와 잘못된 대상관계에의 집착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현대 분석가들에게 환자를 충족시킬 것인가, 좌절시킬 것인가 하는 질문은 사실상 무의미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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