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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창작글
작성자  windandi 작성일  2018.07.21 09:34 조회수 389 추천 0
제목
 해장국  
첨부파일 : f1_20180721093510.jpg
 
 

   해장국

 

   당신이 해장국의 맛을 알게 되었다면 당신의 젊음이 끝나가고 있다는 증거이다. 그리 진하지 않은 국물에 콩나물과 우거지가 잔뜩 들어 있고 선지 한 덩어리, 그리고 조금 고급스럽다면 소꼬리 한 두 토막도 들어간, 뚝배기 그릇에 나오는 해장국이라는 슴슴한 국물 음식을 젊은 날 나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고갈비 한 마리와 파전 한 장을 앞에 두고 시국에 관한 열띤 토론을 하며 막걸리 한 말을 밤 새워 마시고도 숙취라는 것을 몰랐던 젊은 날에, 지친 속을 달래주는 해장국은 어차피 사치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세상일이란 게 결코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인생이 달콤한 드라마와는 다르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껴갈 즈음, 밤새워 술을 마시고도 왠지 허전하고 시린 속을 풀어주는 해장국이라는 음식에, 어느 날 코끝이 찡하도록 숙연해 지는 것을 느꼈다. 그때가 내 서른 즈음이었다.

    그 후로 얼마나 많은 해장국을 먹었던가? 전날 좀 술을 과하게 마신 날은 출근 길 새벽부터 직장 근처의 해장국집부터 들렸고, 점심때는 무교동까지 걸어가 유명하다는 해장국을 먹었고, 어느 날 저녁은 종로 뒷골목에서 국밥 위에 내장을 듬뿍 얹어주는 해장국을 술국 삼아 한 잔 걸치기도 했다. 평생에 걸쳐 워낙 술을 좋아했던지라 든든하게 속을 풀어주는 이 해장국이 없었다면 벌써 내 위는 녹아 없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해장국을 먹었으면서도 아직도 유난히 잊혀지지 않는 해장국이 있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말이 되었지만 연말이 되면 세모라고 해서 왠지 마음이 들뜨던 시절, 거리 마다 크리스마스 캐럴 송이 가득히 흐르던 어느 날 저녁 우리는 명동의 어느 카페에서 만났다. 동창의 소개로 만난 지 서너 번, 저녁을 먹고 헤어지곤 했는데 첫눈이 내려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그날은 예전 같지 않았다. 저녁을 먹고 명동 성당까지 걷다가……음악다방에서 차를 한 잔 했고(디제이가 이문세의 새 앨범을 계속 틀어줬던 것을 기억한다.)……나와서 또 걷다가 호프집에서 또 한 잔을 마셨다. 거기서 거의 영업이 끝날 때까지 마셨고……그 후로 어떻게……모텔에까지 가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침은 먹고 가야죠?” 모텔을 나와 지하철 역 쪽으로 황급히 몸을 돌리려는 그녀에게 어색한 침묵을 깨며 내가 말했다. 꼭두새벽에 문을 연 식당이 어디 있겠는가? 당연히 내가 자주 갔던 이집에서 00이라는 입간판이 촌스럽게 서있던 그 해장국집에 갔고 해장국 두 그릇을 시켰다. 그날따라 왜 그리도 늦게 나오던지……말없는 침묵에 어색해서 눈은 자꾸만 아래로 향하는데.....드디어 해장국이 나오고 첫 술을 뜨자 국물이 목젖을 타고 흐르다 뱃속에 이르자 쓰라린 속을 마구 찔러대 나도 모르게 아! 하는 탄식을 지를 뻔 했다. 뜨거운 국물에 식은땀이 비오듯 흘렀다. 정신없이 먹으며 힐긋 보니 그녀는 수저를 뜨는 둥 마는 둥 했다.

   전화 드릴게요.” 을지로 전철역에서 그녀를 보내면서 작별 인사를 했지만 나는 그 후로 그녀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녀도 내게 전화하지 않았다. 단지 받으면 잠시 후에 말없이 끊어지는 전화가 몇 번 왔을 뿐이었다. ‘그것은 그냥 사고일 뿐이야. 젊은 날 누구라도 저지를 수 있는…….’ 자책감이 생길 때마다 자기 합리화를 여러 번 하는 사이……시간은 흐르고 그날 일도 서서히 잊혀져갔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흘렀다. 그녀의 모습도 이제는 가물가물 하고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도 잊혀지지 않는 건 고추장을 풀은 빨간 국물과 함께 자책감과 미안함, 그리고 눈물을 글썽일 정도의 매콤함이 함께 들어가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땀을 흘리고 먹었던 그 해장국의 맛이다. 이번 가을에 서울에 가며는 아직도 그 집이 있는지 꼭 한 번 찾아가 그 해장국을 다시 한 번 먹고 싶다. 그리고 그 동창에게도 한 번 연락해 그녀의 안부도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부질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이가 들어서 약해진 탓인지 가끔은……그런 생각이 든다

 

 
 
windandi (2018.07.21 09:41)  신고
작년에 식당을 하나 인수해서 정신 없이 고생하다가 조금 안정이 되어 카페를 찾았는데 아이디와 비번을 잊어버려 못들어왔어요. 고생 끝에 다시 찾아 얼마 전부터 들어와 봅니다. 이 카페는 스토리란 이름 때문에 애정이 갑니다. 가끔 이렇게 스토리가 있는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daisy (2018.07.21 10:46)  신고
다시 들어오심을 축하드려요
왠지 아련해지는 이야기들,
가슴속깊은곳에 묻어두었다가 ,,
가끔씩 홀로 들여다 보게되는 그런이야기들 ,,
추억이라는 것들...
누구에게나 하나씩은있을법한 묻어둔 기억들....

스토리... 참좋은 이름이죠
스토리란 이름을 만드셨던 어떤분이 생각납니다
inves&red (2018.07.21 13:30)  신고
그옛날 스토리 잘 읽었습니다.
언제 한번 스토리모이므로
식당 들른다 했었는데
모임 하긴 장소가 적합지 않다
하시고, 그후론 들오오지 않으셔서
잊고 있었는데 간만애 온라인서 뵈니
반갑네요. 앞으로 자주 글 올려주세요.^^레드^^
windandi (2018.07.21 14:26)  신고
예, 그래요. 스토리...참 기가 막힌 이름입니다. 시간이 있을 때 이처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어요.

레드님과 카톡 대화 기억납니다. 패스트푸드 식당이라 모임으로서는 적합지 않았고 일식당도 한 군데 더 인수하려 했는데 잘 안됐습니다. 그게 되었으면 가능했었을텐데...기억해 주셔서 고맙고 앞으로 모임에 빠트롱 가져가면 헷갈리지 마시고 제가 가져갈 걸로 잘 기억해 주세요.^^
데이지님, 레드님 따듯한 댓글에 감사드립니다.
노랑나비 (2018.08.23 15:08)  신고

요즘 자주 못 와서 ...바람님 글을 이제야 봅니다
아디를 보지 않고 읽다가...
혹시..하고 보니..
역시...바람님 글 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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