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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ympic Golf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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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작성자  hoover3027 작성일  2018.08.06 21:18 조회수 103 추천 0
제목
 단편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  
 

        수레바퀴가 지나간 자리 

                                             

 

 

 

                              1.  

 

   내가 선생님을 처음 만난 건 911 테러 사건이 난 지 10년이 지난 2011년 9월 엘에이에서였다. 신문에서 911 참사 10주기를 맞아 한국의 종교계에서 열다섯 명의 성직자들을 뉴욕의 행사장에 파견하였다는 짧막한 기사를 접한 적이 있었다.  

  어느날 친구인 D일보 문 기자한테서 엘에이에 도사(道士) 한 분이 떴다는 연락이 왔다. 그 때 나는 6개월 전부터 단학선원(丹學仙院)에 다니며 호흡수련을 해오고 있었는데 한국정신수련의 최고지도자께서 갑자기 엘에이에  나타나셨다는 것이다. 나는 평소 도(道)에 대해 궁금한 게 많았다. 국선도는 뭐고 대종교는 또 뭐고, 단학이 종교인지 아닌지 등등. 정확하게는 내 자신의 문제를 풀기 위해 몇 개월간 정신세계와 불교, 기독교, 이슬람교, 심지어는 무속신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책들을 읽고 있었다.   

   문기자한테서 다시 연락이 왔다.  

  나다.  

  응-  

  야, 이일아, 니 내일 시간 있나?  

  응?  

   있잖아, 봉우선인이 내일 금강선원에 가신대  

  당연히 가야지.  

 

  엘에이 동쪽으로 105마일, 해발1만834피트(3천302미터)의 샌 하신토山 중턱 오른쪽 평지에 자리잡은 금강선원은 청화스님이 계실 적에 한번 법문을 들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운봉선인은 스님도 아니고 한번도 부처님을 모신 적도 없는 걸로 아는데 이 시대 마지막 신선(神仙)이라 불리는 분이 왜 그 외진 산사(山寺)를 찾아가는 것일까.  

  

   토요일 오전, 늦잠 때문에 운동 모임에도 제시간에 대지 못 하는 친구가 해가 뜨자마자 차를 대었다.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동쪽으로 달리는 길은 사막 길치고는 도중에 오밀조밀한 타운들이 많았다. 출근하는 사람들도 별로 없는  주말 9월의 마지막 열기가 서서히 흙모래를 달구고 있었다. 에어콘을 켜지 않아도 버틸만한 우리 둘은 물 한 모금도 마시지않고 줄곧 사막길을 달렸다. 도중에 스쳐가는 풍경을 몇 컷 사진 찍으려다 그만 두었다. 저 기차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지, HYUNDAI 마크가 선명한 컨테이너는 왜 그리도 많은지, 저렇게 하면 자연 자동차 선전도 잘 되겠구나 싶었다. 머릿 속엔 어제 읽은 시구절이 스쳐갔다.  한 동안 나의 화두(話頭)는 시(詩)였다. 학창시절 몇 년을 습작에 몰두했고 또 20년을 절필한 후에 최근 몇 년 동안 참선을 하듯  시를 써왔다는 생각이 든다. 관법(觀法), 염법(念法), 의심법(疑心法)을 통한  수행의 시작은 시에서도 똑같이 적용되는 것 아닌가. 있는 그대로 보는 일, 남의 시를 읽는 일, 세상사를 뒤집어보는 일. 작은 깨달음은 소품으로, 큰 깨달음은 대작으로 분명한 실체를 드러냈다.  

   10번 프리웨이 배닝(Banning)에서 우측으로 빠져나와 한참 돌산을 올라  금강선원에 도착했을 때 경내 연못에는 연꽃이 한창 막바지에 치닫고 있었다.  

 

   본당에 들어서자 금강선원의 경진스님, 한국단학회 운봉선인, 한국법화종 혜윤스님, 일본법화종 마쓰이(松井)스님, 심령투시가 맥거레이 부부, 시크교도 울라마 라하이, 이슬람을 대표한 아타울 와히드 라,  밸리 목사, 티벳 불교의 라마 소파린체, 불교학자 플리니 헤이스 교수 등의 명패가 놓여진 회의석이 마련되어있었다.  

   911 테러 현장에서 각종교계 대표들이 합동 위령제를 지낸 지 닷새만에 특별히 예지능력이 있는 몇분이 이곳에서 따로 모임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관인 열댓명은 따로 준비된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일반 신도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있는 걸 보면 특별히 초대된 인사이거나 기자들일 것이다. 아직 회의  시작전이라 어수선한 인사가 한참 오가는 중이었다. 그 와중에 한 젊은 여성이 일일이 프린트물을 나누어주고 있었다.  

   운봉선인은 고동색 한복을 입고 흰 수염을 길게 늘어뜨린 동안의  얼굴이였다.  

  선생님, 저는 엘에이 D일보 문석규 기자입니다. 친구가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반가워요 

     오늘의 회의 주제를 설명한 것 같은 팜플렛이 손에 들어왔다. 제목은 <세계 대재앙을 예언하는 성직자 포럼>. 이 엄청난 제목을 본 순간 갑자기 오감(五感)이 열려 무엇이든 빨아들일 것만 같았다.  

   운봉 선생님의 손에 한 부의 팜플렛이 쥐어지자 선생님은 움찔하면서  유인물을 나누어주고 있는 그녀를 다시 쳐다보았다.   

  선생님 수염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와중에 약간 생뚱맞은 소릴  하면서 문 기자는 특유의 친화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2,  

 

2001년 911 테러 사건의 희생자가 5,000여명, 그 배후 세력으로 빈 라덴을 지목한 후 조지 부시 대통령은 다음달인 10월 7일 아프간 전쟁을 일으켰다.  그리고 2003년 3월 20일 이라크를 침공하여 이라크 전역을 무장해제하고 2010년 5월 1일 사실상 종전을 선언했다. 이라크 전쟁은 7년만에 미군이  철수함으로서 마무리되었지만 아프간 전쟁이 10년 이상 지속되리라고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 한 일이었다. 나중에 조지 부시 대통령은 이 두 전쟁이 신의 계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신도 때로는 잘못된 판단을 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회의가 시작되자, 금강선원 경진스님이 참석자들을 일일이 소개하고 간단한  약력 소개가 뒷따랐다. 참석자 중 유일하게 눈에 띄는 한 동양여성이 있었는데 그녀는 50세쯤 된 한국계였다. 내가 읽었던 <전생을 알면 인연이 보인다>의 공동저자인 글래디스 킴 맥거레이(Gladys Kim McGarrey)였다. 그녀와 그녀의 남편 윌리엄 맥거레이는 미국 최고의 심령투시가로 알려져있었다. 미스 맥거레이는 고등학교 때 유학을 와 필라델피아 여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의대 졸업생인 윌리엄 맥거레이를 만나 1988년 결혼했다. 그리고 남편이 인턴과정과 군복무 2년을 마친 후 피닉스에 정착하면서부터 함께 투시력이나 형이상학이에 빠져들었다는 내용을 나중에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경진스님의 첫 발언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지구상의 많은 자연재해와 함께 많은 예언가들이 던진 예언의 홍수 속에 살고 있습니다. 그 많은 사례들을 일일이 열거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이 곳 미국만 놓고 보더라도 캘리포니아의 대홍수설과 30년내의 대지진설, 그리고 유타주의 경우는 옐로우스톤 일대의 화산 폭발로 미국 땅의 3분의 2가 폐허가 된다는 등 한 나라 안에서만도 다양한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어떤 재앙의 전조와 자연재해의 가능성에 대해 끔찍한 예언들이 많은데  여기에 참석하신 분들은 나름대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많으시리라 믿습니다. 과연 가까운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여기에 계신 폴 밸리(Paul Vallee) 목사님과 함께 저는 작년 10월 캐나다 Red Deer College에서 열린 세계종교 연례 모임(World Relisions  Conference)에 참석한 일이 있습니다. 이 모임에서 자연재해가 신이 내린  징벌인가 하는 주제가 다루어졌는데요, 이슬람, 불교, 기독교, 토속종교, 유대교  신앙을 가진 참석자  아무도 신의 징벌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  나는 그 때  이렇게 말했습니다. 코란에 있는 대로 어떤 재난은 높은 신적인 존재에 의한 것일 수 있다. 이슬람은 모든 사고나 재난이 신의 섭리라고는 믿지 않으며 신의 징벌이 반드시 자연 재해의 형태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만약 미리 예언 되었고 조건 충족하는 사람들   악을 없애 경우라면 이런 재해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라고 말하는 아타울 와히드 라(Ataul Wahid LaHay)는  어떤 예언 내용을 말할 준비가 된 듯 보였다.  

 

     저의 스승 봉우선인은 1980년 KAL기가 러시아 공군의 미사일에 의해 격추되었을 때 KAL기가 항로를 이탈하게 된 것은 러시아의 한 초능력자가 정신능력을 옳지 못 한 곳에 사용한 데 있다고 하시면서 매우 화를 내신 적이  있습니다.  이 사건은 자연재앙이 아닌 인간에 의한 학살입니다만 사람들에게도  일정부분 자연의 섭리에 간섭할 능력과 의무가 있습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만으로 끝낼 일이 아니라 어떤 경고를 해서라도 막을 수 있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운봉선인의 발언이었다.  

 

     검은테 안경을 쓴 폴 밸리 목사가 일어섰다.   

   다시 신의 책임론으로 돌아갑니다만, 하느님의 착한 본성으로 볼 때 신이  악마적인 행위를 언제까지 계속할 수는 없을 것이므로 홍수에서부터 기근에 이르는 이러한 재난들이  책임일 수는 없습니다.  재앙을 세상에 불러온  것은 인간들이지요. 그런데 왜 신은 이들을 말리지 않았을까요? 그건 우리 자신들이 신에게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이 재앙들을 이용하는 겁니다. 그래서  재앙을 미리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라고 봅니다. 
 

   ”과학만이 지진이나 토네이도, 태풍 등을 설명할 수 있으며 저같은 불교도는  신을 믿지 않습니다. 부처는 단지 자연의 섭리를 깨달은 사람입니다. 이런 재난들은 시간과 공간에 있어서 정확히 예측 가능한 것들입니다. 문제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고통 받는 사람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느냐 하는 것이지요.”라고 말하며30 동안 불교 수행을 하는 플리니 헤이스(Pliny Hayes)  교수는 자연 재해가 신 의한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피력했다. 
 

 

   실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습니다.  닥터 윌리엄 맥거레이가 준비해온 자료를 뒤적이며 말했다.  최근에 나사(NASA)에서는 지구자기장(磁氣場)의 변화에 대해 주목하고있습니다. 지구의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하는 자기력이 지난 300년 전부터 서서히 감소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그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는 것입니다.  만일 어떤 학자의 주장대로 가까운 장래에 자기장의 역전현상이 일어나기라도 한다면 이 때 일시적으로 자기장이 제로가 될 것입니다. 그러면  지구는 보호막이 없어져서 태양의 방사선 폭풍의 직격탄을 맞게  됩니다.  지구의 온도는 급격히 상승하여 극지의 빙하가 녹고 초대형 쓰나미가 발생할 것이고 지구의 모든 화산이 연쇄적으로 폭발할 것입니다.  낮에는 영상 80도, 밤에는 영하 80도의 극심한 일교차가 일어나고 이 것은 빙하기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실제로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지진과 화산폭발이 우려되는 이 서부에서조차 피부적으로 와 닿는 준비가 뭐가 있습니까?   

그의 말은 그 급격한 변화가 언제 일어날까요? 하는질문과 섞여 신에 대한  원망처럼 들렸다.     

 

   우리는 여기서 자연재해 뿐만 아니라 테러나 전쟁, 혹은 핵무기의 위협에  대해서도 다루어야 하지 않나요? 특히 지난번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반도, 더 나아가 세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지지 않았나요? 하고 일본법화종 마쓰이(松井)스님이 걱정스럽게 물었다. 마치 국내 문제를 다루 듯 극동 정세에 개입할 태세였다.  

 

   운봉선인이 손을 들었다.  

  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에서 왔습니다. 미국방문이 처음입니다만 기도할 때 가끔 이곳 저곳을 둘러보긴 했습니다.  

   미국은 이제 북한핵을 포기하게 만들 시기를 놓쳤습니다.  중국이 북한의 핵개발을 막지 않은 것은 미국 견제용으로 북한 카드를 써먹고 있기 때문입니다. 1968년 프에블로 사건 때라면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제압할 수  있었겠지만 지금은 핵(核)이 아니면 핵을 부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Sir, in your visions has you ever seen North Korea possessing attomic bombs? 선생님, 혹시 북한의 핵탄두를 보신 적이 있나요?하고  바로 통역이 뒤따랐다. 질문을 던진 플리니 헤이스 교수는 자리를 고쳐앉으며  운봉선인의 시선을 파고들었다.   

  보았다 하면 그대로 믿겠습니까? 너무 깊은 동굴이라서 한참을 찾다가 그냥 돌아왔습니다. 좌중엔 한바탕 웃음이 터질 것만 같았다. 하진만 정작 웃을 수 있는 건 운봉선인 뿐이었다.    

   북한이 핵을 만들게 되면 그 저장소는 √√2  거라고 저의 스승님이  말씀하신 적이 있습니다. 저는 결국 이 암호를 풀었습니다. 영변 핵시설은 평안남도에 있지만 핵탄두는 함경북도 두만강 유역에 숨겨져 있습니다.   모양새는 두만강유역과  흡사합니다. 2라는 숫자는 핵탄두의 숫자를 뜻합니다만 점점 두만강 일대의 살기가 강해집니다. 2006년 7월 대포동2호를  발사한 화대군 무수리단지는 함경북도 남부 해안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두만강에서 어떻게 핵탄두를 수시로 무수리단지까지 이동시키느냐 하는 의문이 생기실 텐데 두 지역은 육지가 아닌 바다로 연결됩니다.  

     취재진 중의 한 사람이 긴급제안을 하고 나섰다.  

  저는 NNC(National News Corporation)의 아이잭 헤이그입니다. 지금 들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함부로 언론에 공개할 수 있는 그런 내용이 아니 것 같습니다.  

   다들 자신들이 지금 무슨 얘기를 듣고 있는지 섬뜩한 생각마저 드는 모양이었다. 순간 운봉선인의 미간에  모양의 골이 패였다.  

 

  그래요. 아무래도 Off Record로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하고 미스  맥거레이가 찬성표를 던졌다.  

  하지만 어떻게 모든 눈과 귀를 닫을 수 있겠습니까?미스터 맥거레이가 경진스님쪽을 향해 물었다.  

  미안하지만 취재진을 물려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더 이상 토론을 못 하겠습니다. 터번을 쓴 시크교도 울라마 라헤이는 보다 적극적이었다.  

   아직 다가올 대재앙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는데 그럼 도중에 비밀회의를 하겠다고요? 참관인들 사이에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어마어마한 사건을 눈 앞에 두고 쉽사리 물러설 자가 누가 있으랴만. 그 때  미스 맥거레이의 어께가 경련하듯 흔들렸다. 운봉선인만 그녀를 유심히 바라볼  뿐이었다. 

  참관인석에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머리를 감싸거나 한기를 느낀 듯 몸을 움츠리며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숨을 들이마시고 단전에 힘을 주었다. 몸 전체의 기운을 느끼고 싶었다. 문기자가 내 손을 잡아당겼다. 고개를 끄덕이고는 맥없이 그의 손에 이끌려 밖으로 빠져나왔다.  

 

   연못가에 십여명이 모여들었다. 저 연줄기를 잡아당기면 뿌리가 쑥  빠지려나. 연근을 무쳐 먹으면 맛있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나는  새를 보고도 입맛을 다시는 내 식성이 우습기도 했다. 그 때 옆으로 NCC 기자라고 했던 아이잭 헤이그가 다가왔다.  

  Hello,  

  Hello,  

  Are you familar with Bongwoo?  

  No,  

  But, you guys are Korean right?  

  U-u-u-m    

그러자 그는 자기 명함을 한 장 주면서 이쪽의 연락처를 좀 달라는 눈치였다.  

 기자가 명함 한 장을 건네주었다.  

 

내가 기(氣)수련을 시작하게 된 건 폐쇄 공포증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전  미국에 처음 왔을 때 첫 번째 직업이 CCTV를 설치하는 일이었다. 한번은 천장과 천장 사이의 좁고 어두운 공간으로 간신히 몸을 밀어 넣은 채 배선을 하고 있었다. 전등불에 환하게 비친 그 감쪽같은 공간에 콜라캔이며 휴지 조각이며 검은 비닐봉지가 널브러져있었다. 그러다가 전기 플러그가 빠졌는지 갑자기 불이 나갔을 때의 그 막막함. 그 섬짓함에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떠오르는대로 노래를 불렀다. 뒷걸음쳐 그 곳을 빠져나왔지만 불을 밝히고서도  다시 그 속으로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지금도 어둠 속이나 좁은 공간에 갇혀있는 게 무섭다. 몇 년 세월이 지났지만 내 근기(根氣)가 약해질 때마다 잠을 설친다. 저녁때 집에 돌아오면  샤워는 가급적 초저녁에 하고 불이란 불은 다 켜놓았다. 술이라도 두세 잔 마셔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약간 술기운이 있는 상태에서 책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고 가끔 글도 썼다. 내 집조차 낮설게 느껴지는 이 두려움은 분명 마음이 만들어내는 것이겠지만 쉽게 떨쳐버릴 수 없는 어떤 실체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다면 한번 그 어둠과 두려움 속 깊숙히  들어가보리라 생각하고 책방과 도서관을 뒤지고 또 인터넷을 통해 정신세계에  대한 온갖 자료들을 섭렵하기 시작했다. 그 때 시작한 것이 호흡법을 통한  기(氣)수련이었다. 이 때 접한 단학수련법은 소설단丹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봉우 권태훈 선인에 의해 이미 미주에도 널리 전파되어 있었다. 1994년   봉우선인이 환원(環元)하시자 그 계보를 이으신 분이 바로 운봉선인이다.  

 

 

   정오쯤 되자 대웅전 측문이 열리고 법당은 중생들을 토해내며 속을 비워냈다.  문 기자는 잽싸게 운봉선인에게 다가가 한말씀 청하는가 싶더니 잠시 후 나를 부른다. 오늘은 시간이 안 되고 내일 세도나(Sedona) 가시는 길에 인터뷰를 하면 어떻겠냐고 하신다.  

  그럼 저희가 세도나까지 모시겠습니다.  

  고맙네 젊은이들. 미국에서 제일 기(氣)가 센 곳이 옐로우스톤하고  세도나야. 세도나는 여기서 가까우니 한 이틀 다녀오려고 해. 돌아오는 것은  내 알아서 할 테니. 세도나 가는 동안 자네들한테 좋은 귀동냥은 될 거야.  

  모레 한국 들어가신다면서요?  

  그렇지. 시간이 있으면 옐로우스톤을 한 번 돌아보게. 뭔가 느낌이 있을  거야.  

 

 

                                 3.  

 

   다음날 운봉선인을 모시고 코리아타운을 빠져나가 5번 프리웨이로 내달렸다.  

  선생님, 어제 저희가 나온 뒤로 무슨 얘기가 오고갔어요?  

  알음알이로만 세상을 보면 세상이 잘 안 보여. 오래 전에 남들이 한 얘기를 두고 이렇쿵 저렇쿵 말들이 많았지. 그래도 혜윤 스님은 안목이 있으셔서 남 얘기는 안 하셨어,  

  선생님, 무슨 일이 일어나긴 일어나나요?  

  매해 겪는 일 아닌가. 한꺼번에 일이 터져서 문제지. 남가주에 한인들 숫자가 얼마나 되지?  

   100만쯤 되는 걸로 알고 있어요.  

음, 그렇군. 2014년이 문제야. 사람들은 내년에 수성, 화성, 천왕성이 일직선상에 놓이는 삼중식(syzygy)이 일어난다고 걱정하고 있지만 더 큰 일은  2014년에 닥쳐. 태양계 모든 행성이 은하계 중심과 일직선상에 놓이거든. 지구자기장에 혼란이 와. 그러면서 선인은 좌우로 산세를 살피며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막 시에라 네바다 산맥을 넘어가는 중이었다.  

전화 왔숑, 전화 왔숑 문기자의 핸드폰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 NNC  기자 아이잭 헤이그였다.  

  선생님, 그 NCC 기자가 자기, 아니 미국 정부를 좀 도와달라는데요.  

  아냐, 재도 한통속이야.  저 친구 직업이 두 개네.  진작에 알고있었지.  어제 자기도 그 자리를 쫒겨나오다시피 했지만 엄청난 비밀이 언론에 공개되는  걸 꼭 막고 싶었을 게야. CIA 요원이라구.  

  그럼, 어떻게 할까요?  

   일이 있어서 곧 한국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게. 지난번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한국은 은밀히 핵실험을 준비해왔지. 왜 그런 걸 나한테 물어볼려는지 몰라. 제집에 불이 나는 줄도 모르고.  

약간의 스릴이 느껴졌다. 신경을 곤두세우니 사방 360도가 다 시야에  들어왔다. 언제 물줄기가 지나갔는지 모르는 먼지 바람이 마른 강바닥을 스쳐지나갔다.  

       

 

  우리한테 더 큰 문제는 백두산 폭발이야. 926년에 백두산이 폭발했을 때 발해가 멸망했는데 이번엔 북한에 변고가 생겨. 가뜩이나 식량난에다 연료도 부족한데 지난 겨울은 또 좀 추웠나. 내 눈으로 본 주검만도 기천이 넘어. 좀  배만 주리지 않았어도 그렇게 쉽게 죽어나갔겠나? 하여간 백두산이 터지고 동쪽으로 화산재가 날리면서 그게 하늘을 덮어. 줄잡아도 한 달은 재가 비오듯  할 거야. 북한이 사일로 열고 미사일도 쏘지 못 할 정도로 재가 쌓이는데 그 재를 흠뻑 뒤집어 쓰는 일본은 이즈(伊豆)반도에 대형 지진도 겹치고. 함경도에서 먼저 폭동이 일어나. 전염병처럼 북한 전역으로 퍼져나가지. 결국  김정일과 김정은이 손을 들고 블라디보스톡으로 도망치지. 리영호 인민군 총참모장 중국의 뒤를 업고 권력을 잡는데 왜 하필 중국군대를 끌어들여...  중국의 명분은 북한의 핵을 안전하게 확보한다는 것이지만  핵(核)은 그냥 핵일 뿐이야. 나중에 철군을 조건으로 백두산을 떼어달라고 한다니까.       

  그러면 언제 남북통일이 될까요?  

     앞으로 한 10년 걸려. 아직 남한은 통일을 감당할 여력이 없어.  김정일 부자는 러시아로 망명하기 전에 남한에 손을 내밀 게 분명해.  핵탄두를 가지고 투항하겠다는 건데 겉으로는 북한군부의 방해로 이 일이 무산되는  걸로 알겠지만 실제로는 남한정부가 그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아. 통일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는 말이지.  이미 핵무기를 보유한 입장에서 더 욕심낼 일도 없고.   

 

    미국의 경우는 어떻습니까?  

    미국은 예상했던 것보다 덜 심각해.  뭔가 더 강한 기운이 보호하고 있거든.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정확히 모르겠어.  어떤 작은 힘들이 모여서 미국 전체를 들러싸고 있는 형국이라고 할까.  이번에 세도나에 가서 한 번 들여다볼 생각이야.  

 

   엘에이로 돌아오는 길에 문 기자와 나는 오늘 들은 내용들을 발설하지 않겠다는  운봉선인과의 약속 때문에 애가 탔다.  

 

 

 

                                 4.  

 

이틀 후 우리는 자청해서 운봉선인을 공항까지 모셔다드리기로 했다.  아이잭 헤이그가 마음에 걸렸다. 미국을 선택한 나는 어디까지 한국인인가.  운봉선인은 어떤 더 높은 경지에서 국적같은 건 버릴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운 좋게 운봉선인께 들은 내용만으로도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아질 것 같았다.   호텔에 들렀을 때 운봉선인은 책 한 권을 내게 건네주셨다. <용호비결>이었다.  선생님이 처음 호흡수련을 하실 때 교본으로 쓰셨다는 책이다.  

저녁 8시가 조금 넘어 호텔에서 나와 웨스턴길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워싱턴길을 지나자마자 백미러로 경찰차 한 대가 따라오는 게 보였다. 별 상관  없는 일이겠거니 했는데 차를 세우란다.  

  내가 뭐 잘못 한 거 있냐?  

  글쎄  

   흑인 경찰이 다가왔다. 플래쉬로 차 안을 비추는 게 영 기분이 안 좋았다.  무슨 위반을 했는지 설명도 없이 이래도 되는가 싶고 그 얼굴 사진이라도 한 방 찍어놓을까도 싶었다.  

  Drivers licence and Insurance please?  

  Your brake light is out of order. 하면서 삼각형을 그리고 맨 위에  꼭짓점을 다시 한 번 찍는다. 좌우측 두개가 멀쩡하면 됐지, 되게 까다롭게 구네. 쓸 데 없이 가운데 하나 더 달려가지고.  

 

    경찰은 보험카드를 돌려주고 면허증을 가지고는 자기 차로 갔다. 뭔  무전은 계속 들어오는지. 10분, 20분이 지나도 꼼짝하지 않고 차 속에서 뭔가  주고 받는다. 딱지를 떼든지 그냥 보내주든지. 무슨 신원조회라도 하나. 시민권을 내줄 것도 아니면서.  

  선생님, 괜찮을까요?  

   선생님은 고개만 끄덕이셨다.   

30분 쯤 지나자 아까 그 경찰이 오더니 이제 가도 좋단다. 노란 종이가 없어서  티켓을 못 준다고.  

    

  어떠세요? 미국의 앞날을 보셨나요?내가 물었다.  

  동시다발적으로 터지니까 그 힘이 분산되어 다행이야.  북쪽에서 남쪽까지  터질 것은 다 터지고 땅이 크게 흔들리는데 워낙 범위가 넓다보니까 충격을 흡수하는 힘도 만만치 않고 수 많은 사람들이 기도하는 모습이 보여. 그 때  

정말 많은 신(神)들이 내려오는데 어떤 신이라고 할 것도 없이 서로서로 구원의 손길을 뻗지. 그런 신들의 화해란 지구상에 영원히 없을 줄 알았는데...  

 

   10번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La Brea에서 차선 변경을 하려는데 두 대의 검은색 캐딜락이 한 대는 우측, 또 한 대는 뒷쪽으로 따라붙었다. 아이잭  헤이그 일행이었다. 남들 보기엔 그냥 우리 차를 엄호하는 것같았다. 운전대를  잡은 문 기자가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전화벨이 울렸지만 문 기자는 받지 않았다.  

   기자, 그냥 곧장 가게. 그래야 점점 한국과 가까워지지 않겠나  

   La Cienega를 통과하자 어쩔 수 없이 1번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가는 수 밖에 없다.  405프리웨이를 타고 내려가는 방법도 있었는데  헤이그 일행이 집요하게 따라 붙는 바람에 그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헤이그는 우리 차를 정지시키려는 시도를 하지 않고 교묘하게 지연작전을 쓰고  있었다.  

   10번 프리웨이는 1번 해안도로와 만나 북쪽으로 휘어졌다. 10시가 조금 못 된 시각, 선생님께서 한창 출국수속을 밟아야 할 시각에 이 무슨 숨바꼭질이람.  

  여기에 좀 내려주게, 내 어떻게든 갈테니  

  괜찮겠습니까?  

  그냥 가지 뭐.  

  예, 그럼 조심해 가십시오.  

   속도를 내어 터마스칼(Tomescal) 캐년 로드에서 우회전하자마자 차를 세우고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봉우선인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잠시, 곧바로 마이클 헤이그 일행이 도착했다.  

  Whats going on? 내가 먼저 물었다.  

    사이 경찰차 두대가 더 도착하고 있었다.  

  We meet again. 하며 헤이그가 우리 차 안을 들여다보았지만 무슨  사기라도 당한 듯 멍한 얼굴로 아무 말을 못 하고 있었다. 문 기자는 그 와중에도 디카라도 꺼내 찰칵 사진이라도 찍고싶었을 것이다. 내가 그랬으니까.  

  Can I go now? 문 기자가 약간 비아냥거리는 투로 물었다.  

  Wait a minute!  

   헤이그가 오른손을 펴보이면서 말을 이어갔다. Are you guys interested  in working with me?  

 

   코리아타운으로 돌아오는 길에 헤이그 일행과 경찰차 두대가 우리를 엄호했다. 속셈이야 어쨌든 전형적인 헐리우드 영화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타운으로 돌아와 문 기자와 소주잔을 부딛치고 있는데 옆에 놓있던 <용호비결>  책장이 후루루 넘어가더니 62페이지에서 딱 멈췄다. KAL 062편 출발  예정시간이 30분 쯤 지난11시 20분이었다.  

 

 

   다음 날 뉴스를 듣고 미공군 랩터(F-22) 한 대가 캘리포니아 앞바다에서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실종 추정 시각은 전날 밤 11시 38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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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tiger (2018.08.17 18:14)  신고
내용이 워낙 심오해서 블타 나무 아미 타불입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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