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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창작글
작성자  windandi 작성일  2018.08.23 08:17 조회수 490 추천 0
제목
 짜장면  
 

                                                       짜장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세월을 짜장면이라고 부르고 자장면이라고 썼던가? 아마도 짜장면을 짜장면이라고 비로소 쓰기 시작한 후부터 촛불 혁명은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국민이 아무리 짜장면이라고 불러도 자장면으로 써야한다는 정부는 독재정권임에 틀림없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짜장면이 자장면보다도 훨씬 맛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기억하는 짜장면 값을 말하지 말라. 당신이 그걸 말하는 순간 당신의 나이는 금방 뽀록난다. 나는 자신이 어렸을 때 짜장면 값 6백원 운운 하는 젊은 친구(?)에게 초등학교 입학식 날 엄마 친구가 사주어서 처음으로 먹었던 짜장면 값이 20원이었다는 사실을 차마 말할 수 없다. 설사 내가 말한다 해도 이 친구는 “200원 아니에요? 짜장면 값이 20원이 어디 있어요?”라고 나를 믿지 못할 게 틀림없다. 그렇게 초등학교 입학식 날 짜장면을 처음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다 그 후로 짜장면 교의 신도가 되어 나이가 들어 짬뽕으로 배신을 때릴 때까지 일편단심 짜장면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혹시 지오디의 어머니는 짬뽕의 맛에 빠져 짜장면을 안 먹은 게 아닐까?)

   그러나 일생에 내가 잊을 수 없는 짜장면은 내가 먹어본 짜장면이 아니라 내가 처음으로 만들어 본 짜장면이다. 이십여 년 전, 내 인생에 기억하기 싫은 시절 당시 나는 사업이랍시고 하다가 또 들어먹고 집 안에서 빈둥빈둥 백수로 지낼 시절, 가장으로서 내 유일한 일이란 일 나간 아내를 대신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작은 아이를 학교에서 픽업해 오는 일이었다. 어느 날 아이를 학교에서 데려오는데 느닷없이 아이가 짜장면이 먹고 싶다는 것이다. 내가 못 들은 척 하자 아이의 푸념이 나를 아프게 했다. “집에 가도 냉장고에 먹을 게 하나도 없어. 나 짜장면 먹고 싶단 말야.” 당황해하다가 별안간 아이디어가 떠오른 나는 주머니를 털어 동네 마켓에 가 간단하게 장을 보았다.

   생면을 삶아 찬물에 씻어 채에 물기를 빼고 바쳐 놓는다. 기름에 돼지고기를 먼저 볶아 따로 놓는다. 감자, 호박, 양파, 홍당무 등을 각지게 잘라 프라이팬에 볶는다.(아이가 싫어해서 홍당무는 뺐다.) 먼저 볶아 놓았던 돼지고기를 함께 넣고 조금 더 볶다가 물을 자작하게 넣고 짜장 소스를 풀고 끓인다. 감자 가루를 물에 타 풀고 국물이 걸죽해질 때까지 젖는다. 면을 뜨거운 물에 놓고 찬기가 가실 정도로만 살짝 데쳐 사발에 담고 국자로 만들어진 짜장 소스를 담아 부으면 완성이다.

   지금처럼 유튜브나 인터넷이 발달한 시대가 아니어서 요리책을 뒤져 내가 만들어 놓고 의심이 가서 맛있어?” 묻는 말에도 대답도 없이 고개만 끄덕이며 아이가 정신없이 먹는다. 혹시 맛없다고 할까봐 마음이 졸였는지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난다. 그날 밤 일을 마치고 집에 온 아내도 그 짜장면을 먹었다.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 짜장면을 먹는 그 모습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그것이 아마 내 일생에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들어 본 짜장면이었다. 그 후로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 더 이상 짜장면을 만들어 주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후 나는 짐을 꾸려 영원히 집을 나왔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가끔씩 다 큰 아이들을 만날 때면 그때 아빠가 만들어준 짜장면을 기억하냐고 물어보려다 참는다. 어쩌면 프라이팬을 볶는 뜨거운 열기에 땀과 함께 눈물이 조금 들어갔을지도 모르는 그 절묘한 맛의 짜장면을 기억이 안 난다고 할까봐 두려웠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보라 (2018.08.23 11:48)  신고
첨엔 향수로 시작해서
마지막엔 짠 해지는 좋은글 감사 드려요
20원 짜리 짜장이 어느세월이 었던지..ㅎ
지금도 가끔 향수 땜에 먹긴 하는데
옛날맛이 안나 먹을때 마다 실망해요.
내입맛이 변한거 겠지요
오늘의 짜장면 즐독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노랑나비 (2018.08.23 15:25)  신고

아..
그런...슬픈..
짜장의 추억이네요

바람님의 글은...
늘..
눈썹의 떨림 같은...?
혹은 말로 내뱉기는 아무것도 아닌..
그런 작은 명치 끝에 맺히는 아픔...들을
물에 물감 풀 듯...쉽게 쉽게 풀어 쓰면서...
그런 일상의 일들 속으로 자연스럽게 끌고 들어가네요..

눈물 찔끔~~


inves&red (2018.08.23 15:42)  신고
한국사람이라면
짜장면에 얽힌 사연이 많으리라
인생과 짜장이 어울려 살아온 인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옛날 추억을 더듬으며
windand님의 짜장면같은 맛깔스러운 글솜씨에 찬사를 보냅니다 **인베스**
windandi (2018.08.23 16:02)  신고
인간에게 음식에 대한 기억이 가장 잊혀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우리 2세들을 보면 어렸을 때 쓰던 모국어는많이 잊어버렸지만 어렸을 적 자주 먹던 음식에 대한 기억은 평생을 간다고 해요. 어느 날 문득 우리 모국어보다 더 질긴 음식에 대한 추억을 글로 써 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오래 갈지 모르겠으나 가끔 틈나는대로 써보려고 합니다. 좋게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misty_blue (2018.08.23 22:39)  신고
windandi
아이디랑 글이 참 어울리네요
바람님의 글을 일기시작하면서 다음글을 늘 기다려왔어요
전 사실 바람님을 잘 모르지만 다른분들은 바람님의글을
많이 읽어봤나보군요..감사합니다
짜장면의 추억은 누구나 하나쯤은 가지고 있었을것같네요
예전에 졸업날은 꼭~ 중국집에가서 짜장면에 탕수육을 먹엇던 기억이 ㅎㅎ

바람님의 글은 보라님 댓글 처럼 처음에 추억으로 시작해
뭉클함으로 끝을 맺는군요
해장국 ..술집 종업원 ,짜장면...공통점은
제 아이디 처럼 미스티 하고 블루~합니다
좋은 글 감사하고 다음을 기다리겠쑴니다
inves&red (2018.08.23 23:43)  신고
그 옛날 친구들은 살찔까봐
짜장면을 반씩들 덜어 놓으면
저혼자 2그릇를 먹었던 기억이...
그때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안쪘었는데...
옛날이 그립네요! ^^레드^^
windandi (2018.08.24 11:12)  신고
그래요, 우리의 추억이라는 게 이제는 어렴풋한 안개 낀 시골 길처럼 미스티하고 블루하군요. 하지만 어느 때는 그 안개 길 속으로 자꾸만 걸어가고 싶습니다.
짜장면을 두 그릇을 먹은 기억은 없지만 한창 먹을 때 곱배기를 시켜 먹은 기억은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에 오니 레귤라가 곱배기 사이즈인걸 보고 놀랐습니다. 저도 평생 살이 안 찔지 알았는데 몇 해전부터 뱃살이 나오는군요. 더 이상 섹시하지 않다는 게...참... 슬픈 일입니다.
노랑나비 (2018.08.24 15:02)  신고

ㅋㅋ
바람님...
뇌가 섹쉬하시자나요 ^^
inves&red (2018.08.24 21:25)  신고
also Blainsaxy man windandi 님! ^^^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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