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산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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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림 글방
작성자  pandarosa 작성일  2019.04.07 23:20 조회수 498 추천 0
제목
 겨울 산을 오르며  
 

  겨울 산을 오르며

    며칠 전에 비가 억수로 내렸다. 볼사치카 길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와 22번 프리웨이 입구에 서면 하얀  옷을 갈아입은 산봉우리가 사뿐 다가섰다. 사계절 구분이 없는 남 가주, 눈 구경을 할 겸 기타 반에서 겨울 산행을 가기로 했다. 겨울 등산은 처음이었다. 몹시 흥분이 되었다. 사실 내 등산 이력은 대학시절 남학생들과 한 번 산에 올라가 본 것이 전부였다. 내가 등산을 가겠다고 하자 며칠 전 마운틴 안젤리스를 다녀 온 아들이 주의 사항을 꼼꼼히 일러주었다. 눈이 허리춤까지 바친다는 말에 며느리의 스키복을 빌리고 등산에 필요한 몇 가지를 구입해 준비를 마쳤다.

   등산을 가는 날, 바다가 하늘에 펼쳐진듯 높고 푸르러 겨울 산행이 아니라 가을 소풍 같았다. 젊은 날 즐겨 듣던 은은한 클래식이 차 안에 감미롭게 흐르다 구성진 유행가 가락이 쿵작쿵작 울리는 CD를 바꿔 넣자 일행들은 저마다 어깨춤을 덩실거렸다. 한산한 10번 프리웨이를 동쪽으로 미끄러지듯 두 시간 남짓 달리자 목적지인 샌 화신토 주립공원에 도착했다. 이 공원은 아이들-와일드(Idle-Wild) 에서 하이웨이 243번이나 아니면 팜 스프링에서 케이블을 타고 들어오게 되어 있다. 샌 화신토 산은 서쪽의 샌 화신토북동쪽의 샌 안드레아지진대를 끼고 있어 언제 지진이 터질지 모르는 지뢰를 안고 있는 곳이다.

   우리는 케이블을 택했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는 아득한 평야가 지평선 끝에서 하늘과 하나가 되었다. 케이블 카 밑에 수직으로 떨어진 골짜기가 현기증을 불렀다. 이 케이블은 세계에서 가장 크고 긴 싱글 트램 중 하나란다. 시발점인 치노캐년(Chino Canyon)에서 산 위 정거장 까지 360도 느린 회전으 2.5(4.22Km)마일을 오르내렸다. 등산은 해발 6000(1830m)피트에서 시작했다. 화신토 산은 남 가주에서는 두 번째로 큰 산이다. 상봉까지 오르는 데 대 여섯 시간 소요될 것이란다. 산은 온통 흰 페인트를 엎질러 놓은 것 같았다. 겹겹이 껴입은 옷과 욕심껏 쑤셔 박은 스낵으로 백 팩이 궁둥이에서 대롱거렸다. 등산의 대한 상식이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가파른 산언덕에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불청객의 소란에 잠을 깬 숲속의 나무들이 파르르 몸을 떨며 꽃가루를 뿌렸다. 문득 이양하 교수의 나무라는 수필이 생각났다. 나무는 고독해, 모든 고독을 다 알아 말없이 고독을 받아들이고 그 고독을 즐기기까지 한다는 나무. 나는 나무처럼 고독을 즐길 수는 없지만 고독의 참 의미는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눈 속에 숨은 등산로를 찾느라 다리가 후들거렸다. 자칫 발을 헛디디면 아찔한 계곡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에서 리드하는 필립 씨의 얼굴이 아연 긴장상태였다. 숨을 쉴 때마다 뽀얀 입김이 계란 같은 원을 그리며 흩어졌다. 야호! 하고 소리치자 건너 쪽으로 날아간 메아리가 바위를 치고 돌아와 발밑에서 야호하며 깨졌다. 필립 씨가 산에서 야호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었다. 그 소리에 산 속의 짐승들이 놀라 유산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얼마쯤 올랐는지 운동장 만한 구릉이 나타났다. 일행들은 함성을 지르며 눈밭에 엎어져 데굴데굴 굴렀다. 구르다 넘어지고 다시 구르고 눈을 뭉쳐 서로의 목덜미에 집어 넣고 깔깔거리며 도망을 쳤다. 모두들 지친 심신을 눈밭에 던지며 쓰러졌다. 덕지덕지 눌어붙은 때를 발끝까지 흔눈으로  씻어냈다. 깨끗이 씻긴 가슴속으로 파란 하늘이 퐁당 내려앉았다.

   한참 후 일어나 3시간 쯤 더 올라가자 드디어 정상에 올라섰다. 산꼭대기에 서니 하늘은 더 높이 올라갔다. 깎아지른 골짜기 밑으로 바둑판처럼 까뭇까뭇한 해멭(Hamet) 시가 조용히 손짓을 했다. 골 진 능선을 타고 은빛 물줄기가 폭포처럼 쏟아졌다. 손잡고 뛰어내려 오순도순 흘러가는 저 물, 어디로 가는지. 잡을 수는 없지만 느낄 수 있는 인생이라는 종착역으로 가는 중일까. 산 위에서 내려다보니 세상의 모든 것이 다 내 작은 가슴속에 들어앉았다. 끝없이 커지는 가슴, 우주인들 품지 못할까. 이 순간의 희열을 위해 사람들은 그 험한 산을 기를 쓰고 오르는 모양이다. 널찍한 바위에 드러누웠다. 피곤이 짐짝처럼 내려앉았다.

   겨울 해는 어느 듯 서산에 걸렸다. 우린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한참 내려오다 미즈 김을 부축하며 올라오는 순영 씨를 만났다. 내 몸 챙기기에 바빴든 나는 순영 씨의 따뜻한 배려에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인간다워지는 것은 아주 작은 일에서부터다. 너무 늦었으니 그냥 내려가자는 필립 씨의 말에 미즈 김이 막무가내였다. 회비까지 낸 산행이라며 완주를 할 것을 고집했다. 수잔이  눈을 흘겼다. 남의 신세를 지면서 자기 주장만 하는 미즈 김이 아니꼬았든 모양이었다.

   돈이 우리의 삶을 여유롭게 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인간을 지배할 수는 없다. 돈 때문에 상처를 입어서도 안 될 것이다. 앗 차, 나는 빙판길에 그만 미끄러지고 말았다. 남의 일에 상관 말라는 경고였다.부러진 데는 없었지만 빙판에 호되게 찧은 엉덩이가 따끔거려 오리처럼 뒤뚱거렸다.

   다음날 새벽, 우린 호텔의 노천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물은 살을 녹일 듯 차가웠지만 광란狂亂의 불청객들은 파티를 멈출 수 없었다. 어둠속의 별들이, 살랑거리는 팜 트리가 우리에게 장단을 맞췄다. 늦은 아침을 먹고 7000피트 산 속의 아치 아이들-와일드로 핸들을 돌렸다. 프리웨이 양쪽으로 늘어선 윈드 밀(풍차)이 한 폭의 그림처럼 돌고있었다.

   오래 전 나는 로마린다에서 7년을 살았다. 화신토 주립공원까지는 50마일(80킬로) 이다. 그러나 그곳엔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 시간이 없어서가 아닌 일하느라 바빠서가 아닌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였다. 하얀 겨울의 등산 나들이, 오랜만에 찾은 포근한 내 삶이었다. 돌아오는 길에 하얀 마운틴 벌디가 또 오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pandarosa (2019.04.08 21:56)  신고
산 남자님,
정회원으로 등급시켜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원님들과 저를 위해서 다람쥐 쥐방울 드나들 듯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산남자 (2019.05.13 19:44)  신고
오랜만에 마주하는 감성적인 글이 정겹습니다~ 저는 지금 해외(한국포함)여행중 입니다!
좋은글 올려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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