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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악에세이
작성자  kaac 작성일  2019.11.13 11:00 조회수 124 추천 0
제목
 화엄의 단풍, 작가 신영철  
 




                   10월의 설악산 이야기

누구든 대청봉에 서면 안다.
눈 雪자를 써서 설악이라지만, 살가운 백두대간 준령에 솟은 설악산은 10월의 산이며 단풍 의 산이라는 것을.
고스락에서 일망무제 바라다 보이는 동해가 피안의 세계라면, 제 몸 스스로 태워 온 산을 핏빛으로 물 드린 단풍 바다 설악은 볼 부비는 차안의 현실이 된다.
그 색감 속에 녹아 들 듯 노래를 흥얼거리며 10월의 마지막 날 설악 산행을 떠났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뜻 모를 이야기만 남긴 채 우리는 헤어졌지요

가을 화엄 설악 단풍 꽃 잔치는 상상 보다 더 아름다웠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자꾸 허허로워지는 이유는 뭘까.
사랑하는 사람을 노랫말처럼 혹은 지는 낙엽처럼 보낸 것도 아닌데.
가을은 쓸쓸하다는 관념에 허우적거릴 나이도 아닌데 외로워지는 이유는.
맞다.
이렇게 아름다운 단풍은 죽/어/가/는/ 색갈에 다/름/ 아니다.
주검이 아름답다고 말 할 수 있는가? 그대는.
촛불이 꺼 질 때 마지막 광휘가 아름답듯, 본체 이탈을 앞둔 푸르던 나무 잎새들 주검이 아름다운 것이라면 그대는 철학자이거나 미학적 심성을 가진 사람일 터!.

                 그 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그랬다. .
봄부터 여름까지 나는 내 눈으로 여린 초록부터 완강한 녹음으로 바뀌는 이 산의 나무들을 보았다. 그냥 초록이라고 하지만 하나의 나무에 달린 잎새들은, 짙고 무른 초록 농담(濃淡)으로 색갈이 모두 달랐다. 한가지에서 태어 났으나 정말 다르다.
하물며 수없이 종류가 많은 나무들에서랴.
그걸 표현하는 것은 능력 밖의 일이어서 봄을 뭉퉁그려, 나는 초록세상이라고 말했다.
그것은 말이나 글로 나타낼 수 없는 능력을 절감 했기에 그런 것이다.
화무홍십일 이라는 말이 있듯 곧 지고 말 꽃보다 초록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생각한 것은 맞다.  
세상 모든 아가들이 이쁘듯 봄 새순들 세상도 그래서 아름다운 것인가.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잊을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그런 여림이 점차 녹음으로 변하는 과정의 경이를 보면서 생명의 탄생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을까.
한철 흐드러지게 우거졌던 녹음이 윤회의 순명 속, 단풍으로 한 철 짧은 생을 마치는 것이기에 슬픈 생각이 든 것인가.
사라짐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니. 그 이유는 무엇인가.
단풍바다를 자세히 보면 붉은 빛부터 황금색까지 진폭이 넓은 단풍 역시, 초록처럼 하도 다양한 색감이라 제대로 표현 할 길 없다.
당연히 꽃비 뿌리듯 우수수 낙화를 시작한 갈참나무 누런 물든 나무 잎들도 하나 하나 똑 같은 색은 없다.  
만약 나뭇잎들도 사람들 처럼 생에 집착이 있어 단풍 들지 않고 그대로 나무에 매달려 있다면, 나무들에게 내 년 봄이 과연 있을까.
같아 보이면서도 같지 않았던 나무 잎새들은, 시인의 말대로 돌아 갈 때를 알고 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것이라 말 할 수 있는 건 아닌가.  
오호! 다시 봄이 오면 착한 아기같이 다시 태어날 것을 믿고 떠나는 단풍은 그러므로 아름다운 것이로구나.

                 그 날의 쓸쓸했던 표정이 그대의 진실인가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잊혀져야 하는 건가요

자고 깨는 짧은 꿈과, 나고 죽는 긴- 꿈의 노래.
오고 가는 계절의 윤회와, 오면 가는 잎새의 순환.
그러므로 산다는 것은, 내가 인식하는 나무나 이름 모를 나무들끼리 저절로 잎새들을 피우고 지는 것.
누가 돌보아 주지 않아도 홀로 피고 지는 단풍 꽃에서 생명의 윤회와 영속성을 본다면.
모든 게 활활 타오르는 단풍의 숙명처럼 삶도 한바탕 꿈이 되는 것이다.

내가 속한 시방세계의 삶이 끝난다 하더라도, 나는 나의 유전자가 아이들에게 전해져서 역시 이름 없는 나무처럼 나의 윤회가 시작 되다고 믿는다.

                  언제나 돌아오는 계절은 나에게 꿈을 주지만
                  이룰 수 없는 꿈은 슬퍼요 나를 울려요
                                                       이용의 시월의 마지막 밤.

산이 어깨 걸고 덩달아 타오르는 울긋불긋 한 불꽃 잔치 속에, 나는 그 화기에 얼굴마저 붉어지는 설악 산행에서 이제 스스로 행복해졌다.
개똥 철학은 누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다.
내 편협한 사고가 얻은 결론에서 스스로 행복해졌다면 그건 버리고 떠나는 가을이 좋은 이유를 찾아 낸 것이다.  
가을 산은 그렇게 묵상을 강요한다.
서걱거리는 마른 가지의 불협화음과 사그러지는 주변 단풍에 도드라지게 청정해 보이는 소나무들을 보며 빛과 그림자를 본다.
평생 안 죽을 것 같이 믿고 사는 우리 오만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가을 산정에 서면 모르는 것을 안다.
대청봉에 서면 사람사는 마을은 한 없이 낮아서, 이렇게 꼿꼿이 서 있는 나를 부끄럽게 한다.
누구든 산정에 서 보면 안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 얼마나 눈부신 가을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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