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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명산을 소개
 
한국의 명산
작성자  kaac 작성일  2019.05.18 13:30 조회수 213 추천 0
제목
 이름 없는 꽃도 향기로운 ‘달마’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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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꽃도 향기로운 ‘달마’의 봄

 

‘끝’은 늘 아득하면서도 애절하다. 우리 국토의 땅끝, 해남을 생각할 때마다 드는 생각 중 하나다. 그 아쉬움 때문일까,

백두산에서 시작한 기운찬 우리 산줄기는 해남땅에 이르러 마지막 몸부림치듯 당차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는

산들을 솟구쳤으니 두륜산과 달마산이다. 높이는 낮아도 산세와 수려함으로는 그 어떤 명산에 뒤지지 않는다.

특히 ‘남도의 금강산’으로 통하는 달마산은 기암절벽이 고찰 미황사와 어우러지며

땅끝기맥의 화룡점정처럼 솟았다. 최근 달마산 산허리를 이어 돌과 흙으로만 낸 명품 걷기길 ‘달마고도’도 열려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봄날 산행지로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 이승태 편집위원  사진 · 정종원 기자  협찬 · MSR

 

서울에서 제주까지 온 나라가 봄기운으로 충만하다. 꽃소식은 이미 뉴스가 아니다. 전국 어디서건 봄을 만끽하려는 상춘객들로 북적인다. 자신의 봄이 최고라며 sns마다 난리다. 온갖 꽃 다 피어나는 이 봄, 나는 어디서 나의 봄과 조우할까? 아무래도 산길이겠다. 마침 ‘길 위의 첫 봄, 달마고도 힐링축제’도 열린다기에 주저 없이 땅끝 해남으로 달려갔다.

 

적막한 산사의 하룻밤

‘남도의 금강산’이라는 별명을 가진, 수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며 모두의 사랑을 받는 달마산. 땅끝기맥을 걷는 즐거움을 한껏 드높인 이 산의 품속에 미황사가 연꽃처럼 들어서 있다.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미황사(美黃寺)는 소가 울며 앉은 곳에 절을 지었다고 하며, ‘소 울음소리가 아름답다’는 뜻을 담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명찰 중에서도 특히 사랑받는 곳이 미황사다. 이름 난 절집 대부분이 진입로 양쪽으로 음식점이 즐비한데 반해 미황사는 그 흔한 식당 하나 없이 한적하고, 동백 숲에 둘러싸인 절을 두른 달마산 능선의 기암절벽은 도무지 현실세계 같지 않다.  

축제일보다 하루 일찍 도착해 미황사에서 하룻밤을 묵는다. 창으로 서쪽 바다가 아스라이 조망되어 마음에 쏙 드는 숙소. 봄 향을 가득 담아 차린 저녁공양을 마치고, 모두가 잠든 시각에 찾은 대웅보전 앞마당. 부처님도 졸고 계시는지 적막강산이 따로 없다. 만하당의 목련꽃 피는 소리도 들릴 것 같은 산사의 밤…, 봄밤 산사의 차가운 공기가 참 좋다.  

핸드폰 알람보다 당번스님의 목탁소리가 먼저 나를 깨운다. 들릴 곳이 많은지 염불소리에 맞춘 목탁소리는 가까워졌다 멀어지기를 반복하더니 절집 가득 범종소리가 울려 퍼진다. 새벽예불이 시작되나 보다. 옷을 챙겨 입고 대웅보전 마당 끝에 선다. 불심이라곤 없는 나로선 이쯤이 좋다. 정성을 다해 예불을 드리고 있는 스님들의 그림자가 대웅전 문에 어른거린다.

 

성냄과 욕심의 경계에 설 때

불자는 아니지만 절간에 올 적마다 나는 ‘욕심’에 대해서 생각한다. 내 옆의 한 사람이라도 돌아보며 살아야 할 것 같은데, 늘 욕심이 문제였다. 나를 버리는 것은 언감생심 꿈도 못 꿀 일이지만, 욕심은 조금 버리며 살고 싶다.

‘달마도고 힐링축제’는 생각했던 것보다 크고 중요한 행사 같다. 시간이 가까워지자 인근 시·군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구름떼 같이 많은 산악인들이 모여든다. 지역 국회의원은 물론, 시의원들과 의장, 해남군수와 군청 직원들, 지역주민과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함께해 미황사가 왁자지껄하다. 금강스님도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개회식은 말 그대로 축제. 식전의 미니음악회도 최고 수준이어서 모두 즐겁다. 무대 주변에 마련된 여러 진행부스에서는 간식이며 물, 지도, 기념품을 나눠주느라 바쁘다. 얼마나 정성들여 준비했는지 곳곳에서 확인된다.

갈 길 먼 우리는 개회식이 끝나기 전에 먼저 출발한다. 이번 축제코스는 1코스를 지나 2코스 중간쯤까지 갔다가 등산로를 따라 달마산 능선의 문바우재를 넘어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동선이다. 우리는 1코스가 끝나는 큰바람재까지 달마고도를 따라 걷다가 땅끝기맥인 달마산 능선을 치고 정상에 오른 후 미황사로 내려설 작정이다.

 

최고의 쉼터, 달마고도 너덜겅

참 좋은 길. 달마고도에 대한 평가로 이 말이 가장 적절하겠다. 아침 식사 후 달마전에서 차를 내려주며 금강스님이 달마고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셨는데, 그 말씀처럼 이 길은 마음으로 걸어야 하는 길 같다. 행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떼로 몰려 줄지어 걷고 있지만 한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때론 자연을 느끼며 조용히 걷는 걸음에 딱 어울리겠다.  

달마산엔 돌만 많은 줄 알았더니 달마고도를 걷다보니 진달래도 지천이다. 어릴 적 생각이 나서 꽃 몇 송이 따서 함께 걷는 이들에게 건네니 봄맛이 난단다. 꽃 피고 새가 우는 달마고도를 ‘흙과 돌로만 만들었다’더니 얼마나 순하고 좋은지 걸음이 절로 사뿐사뿐 거린다.

얼마나 갔을까. 임도를 만난 곳에서 사람들이 걷다 말고 길게 줄을 섰다. 축제 참가자들을 위해 해남군에서 떡과 막걸리를 준비해둔 것이다. 떡 한 조각과 막걸리 한 사발에 모두의 입이 귀에 걸린다.  

삼나무숲을 지나니 음악소리가 흥겹다. 버스킹 무대에 선 한 가수가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열창하고 있다. 이 봄, 산속에서 들어도 더할 나위 없는 위로다.

오래 전, 땅끝기맥을 따라 달마산 능선을 지났을 때는 미처 몰랐는데, 달마산엔 정말 너덜겅이 많다. 달마고도 전체에 스무 곳이나 된다니 가히 전국 넘버원이겠다. 1코스에서만 네 번쯤 만난 것 같다. 봄볕을 즐기기에 너덜겅은 최고다. 너덜마다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싸온 도시락이나 간식을 먹고 있다. 조망도 탁 트여서 달마산 능선이나 앞 들녘과 다도해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이런 너덜겅이 적당한 간격을 두고 계속 나타나니 달마고도엔 따로 쉼터를 만들 필요가 없었나 보다. 아무리 잘 만든 쉼터도 이보다 좋을 수는 없겠다. 길에서 비껴 난 바위에 올라 풍광에 빠져든다. 달마고도가 건네는 위로가 생각보다 크다.

 

역전의 용사들, 다시 뭉치다

길이 순탄해서일까, 어느새 닿은 큰바람재. 고개 바로 아래의 암자터에서도 하모니카 동호인들이 버스킹을 하고 있다. 선곡이 좋고, 연주는 더 좋다. 몇 곡을 들으며 잠시 쉬다가 기분 좋게 달마산 능선으로 오른다. 길 좋은 달마고도에서는 없던, 줄이 매진 목책이 초입부터 산길을 안내한다. 진달래는 더 진달래 같고, 바위마다 날을 세우고 있다. 축제코스가 아니어서 우리의 숨소리만 산길을 따라 거칠다.

이번 산행엔 실로 오랜만에 본지의 ‘대동여지도를 따른 금남정맥 종주팀’이 다시 뭉쳤다. 손일순씨와 김성수·이연옥씨 부부, 주춘옥씨와 신준식 기자까지. 여기에 경일대학교 이인직 교수와 본지 영주 주재기자인 계남두씨, 해남 주재기자인 천기철씨까지 합세한 대부대다.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걷기의 달인들이라 달마산 바윗길을 바람처럼 오른다.

미황사를 출발할 때부터 계속 따라오는 쿰쿰한 냄새. 사스레피나무꽃에서 나는 구린내다. 그래도 꽃향기라며 모두 코평수를 넓힌다.

조금씩 고도를 올릴수록 조망도 한 뼘씩 넓어져 완도와 노화도 같은 큰 섬을 중심으로 펼쳐진 다도해가 눈앞 가득하다. 핸드폰 지도를 꺼내 하나씩 짚어가며 이름을 확인하는 재미가 좋다.

돌 틈을 지나고, 커다란 바위를 타고 넘으며 이어지는 길. 모두 손과 발을 다 써서 기다시피 오른다. 산죽 속에서, 나무 아래서, 바위 틈에서도 피어난 진달래가 달마산을 봄으로 가득 채운다. 이 봄에 남도 땅끝의 달마산을 걸을 수 있다니, 어인 복일까 싶다.  


이름 없는 날도 봄인 달마산

한동안 바위능선이 펼쳐지더니 부드러운 능선이 나타난다. 작은 벤치가 있는 이곳은 관음봉 전의 안부로, 호흡을 고르며 쉬엄쉬엄 걷자니 눈앞의 풍광이 요동친다. 정상인 불썬봉(달마봉)으로 이어진 바위지대가 정선의 <금강산전도>를 현실로 옮겨놓은 것 같다. 달마산을 ‘남도의 금강산’이라 부르는 이유를 십분 이해하겠다.

바윗길이 사나워도 꿈같은 풍광으로 인해 힘든 줄 모르고 산길을 이어간다. 눈 아래로 펼쳐진 땅끝 해남의 산하, 들녘과 봄 바다 가득 푸르게 생명의 등불을 밝혀 들었다.

풍광에 취해 걷다보니 어느새 불썬봉이다. 옛날 봉화대가 있었다는 정상엔 달마산과 다도해의 해설판과 함께 어른 키를 넘는 돌무더기가 쌓여 있다. 그 앞에 둘러앉아 이 눈부신 봄날 한때를 만끽한다.  

봄을 맞아 새롭게 단장한 서울광장의 서울도서관 외벽 꿈새김판에 이런 글귀가 걸렸다.

 

이름 없는 날도 봄이 되더라

이름 없는 꽃도 향기롭더라

 

공모를 통해 선정된 이 글귀엔 ‘평범할 뿐인 우리 모두의 일상, 우리가 보낸 이런 평범한 날들을 지나왔기에 결국 봄, 좋은 날도 온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그리고 ‘평범한 우리 모두 이름 없는 꽃이지만 모든 사람이 향기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도 담았다고.

달마산 산행과 달마고도 걷기가 딱 이런 것 같다. 이름 없는 봄날, 온갖 꽃 향에 취해 보낸 2019년 봄날 하루가 달마산에서 이렇게 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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