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60의 행복한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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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andarosa 작성일  2019.04.05 06:42 조회수 214 추천 0
제목
 뒷 마당 감나무  
 

   뒷마당 감나무

 

    뒷마당은 낙엽의 세상이다. 노랗게 물든 잎들이 감나무아래 수북하다. 머리 위 옆으로 삐진 한줄기 가느다란 오둠지 끝에 매달린 한 조각 벌레 먹은 가을이 쓸쓸하다. 잎이 다 떨어진 감나무가 파르르 외로움을 달래고 있다.

   2년 전 뒤뜰에 감나무를 하나 심겠다고 하자 남편은 뒤늦게 무슨 과일나무냐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으로 이사 온 지가 30년도 넘었으니 늦어도 한참 늦은 셈이다.

   처음 이곳에 이사를 왔을 때 우리 아이들은 108살이었다. 아이들도 어렸고 나도 시간을 쪼개가며 주 7일, 일을 할 때라 두 아이들만으로도 발바닥이 닳도록 뛰어야 했다. 그러나 애들이 다 크고 학교를 졸업하고 결혼도 했다. 그리고 내가 은퇴를 한 뒤에도 과일나무 같은 것은 생각해 보지 못 했으니 웬만큼 무심無心하기도 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재작년에 감나무를 심고 싶었다. 마음먹은 김에 남편을 졸라 감나무를 하나 사왔다.

   왜 그 많은 과일 나무 중에 하필 감나무였을까. 아마 내가 단감을 좋아해서였을 것이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았는지 남편은 두말 않고 나를 위해 땅을 파고 거름을 깔고 정성껏 한 그루의 감나무를 심어주었다. 봄이 되자 감나무는 푸른 잎을 너울거리며 쑥쑥 자랐다. 그러나 정작 남편은 어디로 가는지 모르는 파도처럼 감나무가 자리를 잡기도 전에 먼 길을 떠나버렸다.

   금년 봄 남편이 심어준 감나무가 푸른 잎을 무성히 뻗쳤다. 그리고는 노랗게 감꽃을 피웠다. 노란 꽃 밑에 푸른 모자를 쓴 도토리만한 감들이 방긋방긋 웃으며 얼굴을 내밀었다. 쏴아 스쳐가는 바람에 몸을 흔들어대는 감들이 어찌나 귀엽고 신기한지 요술단지가 땅속에서 요술을 부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수년 째 계속되는 캘리포니아의 가뭄은 남 가주에 물 사태를 불러왔다. 많은 호수들이 바닥을 들어내고 수십만 그루의 과일나무가 말라죽어 과일농장을 초토화 시켰다. 그 여파가 가정집의 잔디와 화초에도 영향을 미쳤다. 집에서 가꾸는 과일 나무도 절제와 인내를 요구했다.

   시에서는 일주일에 3번만 잔디에 물을 주라는 공문을 보냈다. 옛날처럼 집의 드라이브 웨이에서 수돗물로 차를 씻는 것도 금지 되었다. 호된 가뭄에 감나무를 심어, 물 부족을 부채질 한 셈이다. 감나무는 물을 많이 줘야한다고 했다. 나는 시의 공문을 무시한 채 매일 감나무에 물을 주었다.

   어느 날 아침 무탈하게 크던 감들이 모두 떨어져버렸다. 잎을 들치고 감나무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벌레가 먹은 흔적도 달팽이가 꼭지를 뗀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감들이 우박처럼 떨어져버리다니 가슴이 아렸다. 맨 뒤쪽 가지에 딱 한 개의 감이 가지를 꽉 잡고 붙어있었다. 하나 남은 감이 떨어진 감들을 측은하게 내려다보는 것 같았다.

   그나마 하나라도 남은 것이 다행이었다. 그 마저 없었다면 감나무는 너무 외로울 것이고 나는 또 남편한테 얼마나 미안했을까. 내가 감나무를 잘 건사하지 못 한 탓이었다. 하기야 나는 감나무의 감자도 드려다 본 적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인지도 몰랐다. 남편이 끙끙거리며 심어준 감을 다 잃어버리고 이제 하나 남은 감이 남편의 숨결을, 그의 마지막 손놀림을 나를 위해 땅을 파고 땀을 씻던 남편의 모습을 불러내곤 했다. 남편이 한 개 남은 감을 꼭 잡고 있는 것은 아닌지.

   나는 그 한 개의 감에 모든 정성을 쏟았다. 8월말 쯤 그 하나 남은 감마저 툭 떨어져버렸다. 그동안 꽤 많이 자라 제법 쳐녀 티가 나던 감이었다. 한 달만 더 견디지. 나는 그 감을 집어 들고 찬찬히 들여다보다 서운한 맘에 감 나무옆 땅바닥에 가만히 내려놓았다. 영혼이 빠져나간 느낌이었다. 남편과 나를 오가며 소식을 전하는 일이 많이 부담스러웠을까. 왠지 남편이 영영 내 손을 놔버린 것 같았다.

   10월이 왔다. 사상 최악의 더위였다는 남가주의 불빛 더위도 슬그머니 꼬리를 내렸다. 온도는 느린 걸음을 걷고 바람은 한껏 여유를 갖고 훨훨 날아갔다. 나는 여전히 감이 다 떨어져버린 감나무에 물을 준다. 앙상한 나무라도 아침마다 들여다보니 정겹다.

   물을 준 뒤 그 옆에 앉았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네온불빛처럼 흔들린다. 작년 이맘때쯤 나는 무엇을 했을까? 그 전 해는? 아니 그 옛날에 나는 어디서 무엇을 했는지 숨바꼭질 하듯 지나간 시간을 기웃거려 본다. 지난 2년의 시간이 내게는 지금껏 살아온 세월보다 더 많은 고통의 시간이었다.

   남편과 살아온 오랜 세월, 나는 한 번도 남편이 내게 누구인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언제나 내 곁에 있는 사람, 다른 방법으로 사는 길을 몰라 내가 허락할 때까지 아무데도 가지 못하는 사람이라 생각했었다. 그래서 늘 제멋대로였다.

   얼마 전부터 감나무 잎이 또르르 말리기 시작했다. 목이 말라서인지 날씨가 더워서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럴 때면 나는 남편을 쳐다본다. 자기 탓을 하는 줄 알면서도 왜 또 내 잘못이야하고 넘기던 남편이었다. 지금 그가 옆에 있다면 감나무 잎이 마르는 것도 모두 그에게 떠넘길 텐데. 투정부릴 상대가, 원망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 초라하고 슬펐다.

   그가 옆에 있을 때 나는 모르는 것이 없었다. 나도 다 아는 것을 왜 이래라저래라 그가 한 마디씩 할 때마다 짜증을 냈다. 지금은 아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밤에 눈을 감을 때까지 5피트의 신장身長 속에 든 짧은 지식으로 혼자 결정을 내린다.

   울적한 심사에 남은 잎들을 모두 따버렸다. 그대로 두면 감나무 잎들은 다 마를 것이고 더불어 내 인생도 물기가 빠질 것이다. 뒤뜰의 호스를 잡아당기다 발밑에 무엇인가를 물큰 밟았다. 가만히 드려다 보니 감나무에 하나 남았든 감이었다. 그 감이 오렌지 빛 가을을 한 입 베어 물고 있었다.

   남편은 떨어진 감이라도 내 손에 쥐어주고 싶었을까. 나는 호스를 풀어 감나무가 목마르지 않게 물을 주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감나무 사이로 남편의 모습이 얼핏 거리는 것 같았다.

 
 
 
빛소리 (2019.04.05 09:31)  신고
"바람에 흔들리는 감나무 사이로 남편의 모습이 얼핏 거리는 것 같았다. "
넘, 잘 읽었습니다
-여러글_ 메뉴란에 전용적으로 글을 올려주시면 어떨런지요?
어려운 부탁입니다만....,
감사합니다.
pandarosa (2019.04.05 22:20)  신고
안녕하세요. 전용적으로는 하지 못해도 가능한 한
자주 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빛소리 (2019.04.08 17:06)  신고
메마른 대지위에 단비를 만나는 느낌입니다.
정해진 상자안에 하나 두울 넣는 선물들이
드나드는 울림들에게 생수와 같은
생수와 같은 역활들을 할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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